’성매매 홍보유니폼’ 그리스 무명축구팀의 비애

’성매매 홍보유니폼’ 그리스 무명축구팀의 비애

입력 2012-10-18 00:00
수정 2012-10-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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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전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최악의 재정위기국 그리스에서 스폰서를 찾다못한 한 아마추어 축구팀이 지역내 윤락업소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

그리스 중부 도시 라리사의 아마추어 축구팀 부케팔라스는 연간 1만유로(1천447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할 스폰서를 찾다 지역 윤락업소와 계약했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분홍색 유니폼 등쪽에 ‘빌라 에로티카’라는 업소 상호가 찍힌 유니폼을 지급받았다.

그리스에서는 명문 프로축구팀들도 스폰서가 떨어져 나가고, 관중들이 급감하자 ‘선수장사’로 간신히 팀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수들 대다수가 다른 직업을 가진 아마추어팀 부케팔라스로선 스폰서에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그저 장의업체, 잼 공장, 케밥가게 등 보다 ‘점잖은’ 스폰서를 따낸 리그 내의 다른 팀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이 팀의 골키퍼이자 단장인 이아니스 바치올라스씨는 “불행히도 아마추어 축구경기는 거의 모든 이들에게서 버림받았다”며 “우리로선 생존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윤락업소 홍보 유니폼을 입고 정식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불허됐다. 그리스에서 성매매는 엄격한 가이드라인 아래 합법화돼 있지만 리그 조직위측이 윤락업소를 광고하는 유니폼이 스포츠의 이상에 어긋난다며 경기 중 문제의 유니폼을 입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14명을 고용하고 있는 ‘빌라 에로티카’ 여사장 소울라 알레브리두(67)씨는 축구와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으로 스폰서 계약을 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알레브리두씨는 “내가 하는 일은 사실 입소문에 의지하는 것으로, 광고를 필요로 하는 종류의 사업은 아니다”면서 “우리가 우리의 과학자와 운동선수들을 돕지 않는다면 어쩌겠는가”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알레브리두씨는 부케팔라스의 경기를 직접 참관했지만 팀은 0-1로 패하면서 4경기째 승점을 얻지 못했다. 선수들에게 승리할 경우 자신의 업소에서 ‘특별한 시간’을 갖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허사였다.

그는 “우리팀은 쓸만한 미드필더를 포함해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소개한 뒤 “다수 선수들이 본업을 갖고 있어 밤늦게까지 일을 하느라 다음날 오전 경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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