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명이 71억弗 날리고 233년 은행 1弗에 팔리고
스위스를 대표하는 대형 투자은행인 UBS가 트레이더 한 명 때문에 20억 달러(약 2조 2000억원)나 되는 손실을 봤다. 그 여파로 UBS는 투자은행 부문을 축소하고 수천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현지 일간 타게스안차이거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UBS 최고경영자(CEO) 오스왈드 그루벨과 투자은행 CEO 카르스텐 켄게터도 사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UBS의 신용등급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에서 이런 종류의 사건은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혼자서 60억 달러(약 6조 6000억원)나 날려버린 경우도 있고 심지어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은행을 파산시키기도 했다.![제롬 케르비엘](https://img.seoul.co.kr/img/upload/2011/09/16/SSI_20110916185523.jpg)
![제롬 케르비엘](https://img.seoul.co.kr//img/upload/2011/09/16/SSI_20110916185523.jpg)
제롬 케르비엘
프랑스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에서 선물상품을 담당하던 제롬 케르비엘은 2008년 역대 가장 큰 금융사고를 친 인물로 기록을 남겼다. 그가 은행에 입힌 손실은 49억 유로(당시 71억 달러)나 된다. 그는 지난해 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 중이어서 아직 수감되진 않았다.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인 ‘애머랜스 어드바이저’ 수석 트레이더였던 브라이언 헌트는 2006년 천연가스 선물에 투자했다가 한 달 만에 66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 애머랜스는 그해 결국 파산했다. 일본 스미토모 상사에서 비철금속과 구리 담당 부장으로 일하던 하마나카 야스오는 10년에 걸쳐 승인받지 않은 선물거래를 계속하다 1996년 26억 달러나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 지방정부라고 예외가 아니다.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회계담당자로 일하던 로버트 시트론은 채권과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17억 달러의 손해를 냈다. 결국 그해 오렌지카운티는 연방정부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닉 리슨](https://img.seoul.co.kr/img/upload/2011/09/16/SSI_20110916185620.jpg)
![닉 리슨](https://img.seoul.co.kr//img/upload/2011/09/16/SSI_20110916185620.jpg)
닉 리슨
1995년 발생한 닉 리슨 사건은 233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베어링 은행을 한순간에 문닫게 만들면서 충격을 줬다. 이 은행 싱가포르지점 수석 트레이더였던 리슨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계속 자금을 쏟아붓다 결국 손실이 13억 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베어링 은행은 결국 네덜란드 ING에 단돈 1달러에 합병되는 수난을 겪었다. 리슨은 ‘악마의 손’이란 별명이 붙었으며 4년 6개월을 복역한 뒤 자기 경험을 담은 ‘악덕 거래인’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금융사고는 경험이 부족하거나 욕심에 눈이 먼 ‘일부’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마이런 숄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1/09/16/SSI_20110916185707.jpg)
![마이런 숄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1/09/16/SSI_20110916185707.jpg)
마이런 숄스
1998년 미국 헤지펀드인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가 러시아 채무불이행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뒤 자본금의 54배나 되는 120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내고 파산한 적이 있다.
당시 LTCM 이사진에는 옵션 이론으로 유명한 금융경제학자인 마이런 숄스와 로버트 머튼도 있었다. 1970년대 옵션 가격을 계산해내 파생상품거래에 새 시대를 연 업적을 인정받아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전문가들조차도 파산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각종 금융예측과 금융공학이 미래를 예측해 돈을 벌어주는 신통력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UBS 투자銀 축소·수천명 해고할 것”
각종 금융사고는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주류 경제학의 기본 가정을 무색하게 한다. 행동경제학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이 눈앞의 이익 앞에서는 위험을 회피하려 하는 반면 손실 앞에서는 오히려 위험을 추구하면서 일관성을 상실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트레이더들은 이익이 발생했을 때는 그대로 두면 더 큰 이익이 날 텐데 매도하려는 경향이 있고, 손실이 발생할 경우엔 그대로 두면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여지가 큰데도 매도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회사에선 트레이더별로 거래 상한선을 설정하고 별도 부서에서 수시로 관리·통제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리슨은 베어링은행 거래 업무와 관리 통제업무까지 모두 본인이 직접 관장하다 대형 사고를 냈다.
SG 역시 1인당 2000만 유로 이상을 취득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만 케르비엘은 다른 거래인의 명의를 도용함으로써 규정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1-09-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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