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총리 독분유·염색만두 등 개탄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꼬리를 무는 불량 유해식품 사건 때문이다. 원 총리가 불량 유해식품 사건의 빈발을 도덕의 타락 현상으로 규정했다고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이 18일 일제히 보도했다. 원 총리의 탄식은 지난 14일 신임 국무원 참사(일종의 자문위원)들과의 좌담회에서 나왔다.
당시 원 총리는 언론에 고발된 불량 유해식품 사례를 직접 거론하며 비장한 어조로 ‘도덕’ 문제를 끄집어냈다. 원 총리는 “몇년 동안 ‘독분유’, ‘하수도 식용유’, ‘채색(염색) 만두’ 등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악성적인 식품안전 사건은 신용의 결함, 도덕의 타락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충분히 설명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이어 “국민의 도덕적 역량이 없는 국가는 절대로 진정한 강대국이나 존경받는 국가가 될 수 없다.”며 국가적 각성을 촉구했다.
원 총리의 한탄이 아니더라도 중국 내에서 먹을거리는 이미 공포의 대상으로 뒤바뀌어 버린 지 오래다. 2008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멜라민 분유’ 파동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여 동안 크고 작은 유해식품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원 총리가 언급한 사례는 그 중 일부분일 뿐이다.
최근만 해도 구두공장 등에서 나온 가죽 조각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첨가한 ‘피혁 우유’, 쇠고기 맛과 향이 나는 화학물질을 돼지고기에 바른 ‘가짜 쇠고기’, 돼지와 양의 살코기 함량을 늘리기 위해 유독물질을 사료에 넣어 키운 ‘독돼지’와 ‘유독 양’, 보기 좋은 색을 내기 위해 유황으로 훈제한 ‘독생강’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불량 유해식품이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수도 베이징에서만 지난 2년간 1만 5114건의 식품안전 사범이 적발됐다.
국무원과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특별조사반을 구성해 전국적인 일제단속에 착수했지만 국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원 총리의 한탄 소식을 접한 한 네티즌은 “기자들이 적발해 내는 불량식품을 왜 감독기구는 적발하지 못하느냐.”면서 “원 총리는 현상만 얘기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2011-04-1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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