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거리에 ‘아이웨이웨이 그림’ 또 등장
중국의 저명한 설치 미술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53)가 구금된지 2주가 지난 가운데 홍콩에서 아이웨이웨이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했다.홍콩의 야당 성향 범민주파 정당인 사민련(社民連) 당원들과 ‘중국의 애국주의적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홍콩 연대’(支聯會.지련회) 회원들, 미술가 등 100여명은 일요일인 17일 홍콩섬 서부에 위치한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중련판.中聯瓣) 앞에서 아이웨이웨이의 석방과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재평가 등을 요구하면 시위를 벌였다고 현지 신문들이 18일 보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의 제지선을 뚫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렁?훙(梁國雄) 입법회 의원(사민련)을 비롯한 6명이 경찰에 일시 연행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해 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경찰차로 일시 데려갔다 풀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위로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없었다.
홍콩 경찰은 중련판 주변에 100여명의 경찰과 11대의 차량을 배치하는 등 철통같은 보안에 나섰다.
이에 대해 지련회 주석을 맡고 있는 리촉얀(李卓人) 의원(직공맹.職工盟)은 “올들어 시위의 자유가 점점 제한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17일 홍콩 거리에는 지난 13일에 이어 아이웨이웨이를 형상화한 그림이 또다시 등장했다고 명보(明報)가 보도했다.
홍콩섬 셩완(上環)의 손중산(孫中山) 사적 부근의 거리 벽에 아이웨이웨이의 구금을 비판하는 그림12건이 그려져 있었으며, 경찰은 이날 오후 그림들을 제거했다.
앞서 지난 13일에도 센트럴(中環)과 셩완 등 홍콩섬 중심가의 보도와 육교 벽면에 아이웨이웨이를 스텐실 기법으로 형상화한 판화 16점이 새겨져 있는 것이 발견된 바 있다.
이에 앞서 아이웨이웨이는 일요일인 지난 3일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을 통해 홍콩을 방문하려다 비행기 탑승 전 공안요원에 연행됐다.
아이웨이웨이가 어느 곳에 구금돼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지는 구금 15일째가 지나도록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이웨이웨이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냐오차오(鳥巢)의 설계에 참여한 저명한 설치미술가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기도 했다.
또 당국 검열에 맞서 인터넷 자유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으며, 작년 2월에는 중국 정부의 예술구역(藝術區) 강제철거에 항의해 베이징(北京)을 대표하는 거리인 창안제(長安街)에서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 이후 처음으로 집단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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