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안보리 결의, 십자군 원정 호소와 유사”

푸틴 “안보리 결의, 십자군 원정 호소와 유사”

입력 2011-03-22 00:00
수정 2011-03-22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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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체제도 민주적이지 않아”…서방.카다피 싸잡아 비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21일 리비아 사태와 관련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리비아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이는 서방을 싸잡아 비난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총리는 이날 러시아 중부 우드무르트 자치공화국의 한 기계제작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대화하면서 “대(對) 리비아 군사작전을 승인한 유엔 안보리 결의는 완전하지 못하고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 결의가 주권국가를 상대로 어떤 행동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이것(유엔 안보리 결의)이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에게 특정 지역으로 가서 누구를 해방시키라고 촉구한 중세 십자군 원정 때의 호소문을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푸틴은 카다피 정권에 대해서도 “현 리비아 체제는 민주국가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이것이 누군가가 어느 한 쪽을 지지하며 내정에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더구나 리비아는 종족 간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나라”라고 지적했다.

뒤이어 푸틴 총리는 공격의 화살을 미국으로 돌렸다. 그는 “다른 나라의 갈등에 간섭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일관된 경향과 트렌드가 돼 가고 있다”면서 “빌 클린턴 대통령 때는 유고슬라비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폭격을 받았으며, 이제 리비아 차례가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려스러운 것은 항상 일어났고 앞으로도 유감스럽지만 계속 일어날 군사적 개입 자체 보다 국제문제에 무력을 사용하는 결정을 너무도 쉽게 내리는 행태”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서방이 군사 공격의 명분으로 민간인 보호를 내세우지만 사실 리이바에 대한 폭탄 공격에서 죽는 것은 바로 민간인들”이라며 “(서방의 군사 개입에는) 논리와 양심 그 어느 것도 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그러면서 “리비아 사태는 러시아가 안보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서방의 군사 공격 대상이 되는 상황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총리가 사용한 ‘십자군 원정’ 비유를 “용납될 수 없는 표현”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교외 관저에서 기자들과 면담하며 “리비아 사태와 관련한 성명은 최대한 조심스러워야 한다”며 “어떤 경우든 문명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십자군 원정’ 같은 표현을 사용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현 상황보다 더 나쁘게 끝날 수 있으며 모두가 이를 잘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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