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환자·노인들 ‘이중고’

<日대지진> 환자·노인들 ‘이중고’

입력 2011-03-15 00:00
수정 2011-03-15 10:1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대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가 일본 동북부를 휩쓸고간 지 나흘째인 14일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시 인근 다가조(多賀城)의 세넨 병원.

악취가 진동하는 캄캄한 병실에는 환자 120명이 침대에 누워, 또는 휠체어에 푹 눌러앉아 신음하고 있었다.

파란 환자복을 입은 한 노인은 “음식이 없다”고 울부짖었다.

지난주 일본을 뒤흔든 강진과 쓰나미는 노쇠하고 병든 몸으로 병원에 입원한 채 고통을 겪고 있던 노인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또다른 고통을 안겨주고 있었다.

아직까지 얼마나 많은 병원이 파괴됐는 지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피해를 보지 않은 곳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지원팀을 보낸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샘 테일러 대변인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병약한 노인들이 음식과 물, 의약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기기도 파손됐다.

그는 “당장 쓸 약은 확보하고 있지만 몇주 후면 정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 발생 당시 세넨 병원에는 200명의 환자가 있었는데 벌써 90세 이상의 환자 4명이 숨졌다.

병원에는 전기와 물도 끊겨 처음 이틀간 의사와 간호사들은 냉동고에서 간신히 꺼낸 언 국수와 야채를 환자들과 나눠 먹었다. 간호사들은 더럽혀진 정맥주사 팩을 잘라서 열었고 흙이 잔뜩 뭍은 약봉지를 알코올로 문질러 씻었다.

또 며칠간 수백명의 사람이 물이 끊긴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속이 뒤틀릴 정도의 악취가 병원 안에 진동했다.

첫 이틀간은 정부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이 없었다. 나흘째 되는 14일 주먹밥이 제공됐고, 지역 가스 회사는 음식과 물을 데울 수 있는 난로를 설치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병원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죄송하다. 약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노인들이다.

병원 관계자는 지방 정부에 상당수 환자들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상황이 금방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바깥의 일반 생존자들도 하루하루 힘겹게 연명하고 있다.

병든 어머니와 가족들, 이웃들에게 줄 음료수 박스를 자전거에 싣고 가던 오사무 하야사카(61)씨는 정부가 대피소로 가지 않은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 집 근처에도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일부를 나눠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