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왜 퇴진했나

하토야마 왜 퇴진했나

입력 2010-06-02 00:00
수정 2010-06-0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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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취임 8개월여만인 2일 사임 의사를 표명한 데에는 후텐마(普天間) 미군 기지 이전 문제와 정치자금 의혹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해 8월 중의원(하원) 선거 직전에 오키나와(沖繩)를 방문했을 때 “(후텐마 기지를) 최소한 오키나와 현 밖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오키나와 나하(那覇)시 중심가에 자리를 잡고 있어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안긴 주일미군 해병대의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을 자민당 정권이 미국과 합의한 대로 오키나와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로 옮기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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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 하토야마 총리 사임 대서특필 일본 석간 주요 신문들은 2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동시에 사임하기로 했다고 1면 머리기사 등으로 보도했다. 도쿄=연합뉴스
日 언론, 하토야마 총리 사임 대서특필
일본 석간 주요 신문들은 2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동시에 사임하기로 했다고 1면 머리기사 등으로 보도했다.
도쿄=연합뉴스
 사민당이 하토야마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한 데는 ‘후텐마 현외 이전’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취임 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고시마(鹿兒島)현 도쿠노시마(德之島) 등 대체지를 검토했지만 미국측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다.오키나와나 도쿠노시마 주민들이 기지 수용을 거부한 반면,미국측은 미군 기지가 집중된 오키나와 밖으로 해병대 기지만 옮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와중에 정치자금 의혹도 불거졌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지난해 12월24일 자금관리단체 등의 보고서 허위 기재 사건으로 총리 전직 비서를 기소한 것.모친인 하토야마 야스코 여사로부터 정치자금 10억엔을 받고서도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고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과 함께 불거진 정치자금 의혹에 시달린 하토야마 총리는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긴 했지만 공개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야당과 언론의 비판에 시달린 하토야마 총리는 후텐마 이전 문제에서 시간을 벌고자 지난해 12월25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5월까지 새로운 이전지를 포함해서 결정하겠다”고 발언했다.하지만 예상 외로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면서 이번에는 ‘5월말까지 해결’ 발언이 하토야마 총리의 발목을 잡았다.급기야 올해 4월21일에는 당수토론에서 후텐마 문제를 5월말까지 해결하는데 “직을 걸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스스로 설정한 ‘5월말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한국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지면서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하토야마 총리는 5월2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회담에서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내 헤노코로 옮긴다는 데 합의했다.특히 이에 반대한 사민당 당수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소비자담당상을 파면하기에 이르렀다.

 사민당이 이에 반발해 연립정부에서 이탈하자 여론의 화살은 스스로 발언을 뒤집은 하토야마 총리에게 쏠렸다.이 와중에 “하토야마 총리의 발언에 무게가 없다”는 지적과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난까지 더해졌고,출범시 70∼80%를 오가던 내각 지지율은 이미 10%대까지 떨어졌다.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의원들은 “이대로는 상.하원 동시 과반수 확보는 고사하고 참의원 의석을 대거 상실할 수도 있다”고 위기감을 표명했고 하토야마 총리도 스스로 사임을 표명할 수밖에 없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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