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곰배령/박록삼 논설위원

[길섶에서] 곰배령/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20-05-19 23:02
수정 2020-05-20 04:0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아침 나절 비가 추적거리다 그쳤으니 선선하다 못해 서늘하다. 한껏 목 축인 나무는 싱싱한 녹색을 뿜어낸다. 내려오는 이 만나면 살짝 비켜서 줘야 할 만큼 좁은 산길 옆 불어난 계곡물이 콸콸거린다. 열목어도 모처럼 힘 좀 쓸 만한 물살 만나 호승심이 발동했는지 제 몸의 서너 배 높이 작은 폭포를 훌쩍 뛰어오른다. 땅심 좋은 곳은 이웃에게 내주고 바위 틈에서 꽃피우는 물참대하며 7년의 기다림으로 꽃 피워내는 얼러지꽃, 바닥에 바싹 붙은 채 잎사귀로 얼굴 가린 수줍음 많은 족두리꽃 등 숱한 꽃과 나무들이 무심한 듯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원 인제군 곰배령을 ‘천상의 화원’이라 부른다. 하늘과 맞닿는 1146m 고산지대에 펼쳐진 너른 평원에 흩뿌려진 하양으로 피어난 홀아비바람꽃, 한계령풀, 노루귀 등등. 간간이 구름 걸쳐져 있는 모습까지 더해지면 별유천지(別有天地)다. 하지만 거기까지 오르는 동안 만날 수 있는 더 많은 어여쁜 것들이 있어 곰배령은 더욱 소중하다. 모습은 감췄지만 식물 뿌리 파먹으며 열심히 밭갈이 해놓은 멧돼지 흔적이 지천이고, 하루 900명으로 입산을 통제해서인지 오히려 사람 낯 덜 가리는 다람쥐가 몇 걸음 옆으로 쪼르르 달려와 눈을 맞추기도 한다. 인간사에 지쳤거든 슬쩍 들러보시길.

youngtan@seoul.co.kr

2020-05-20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