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벚꽃 향기/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벚꽃 향기/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9-04-09 17:28
수정 2019-04-1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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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세상이다. 아파트 앞뜰과 동네 개울가에 벚꽃 사태가 났다. 봄바람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팝콘처럼 하얗게 터져 쏟아져 내리는 벚꽃물결에 동네가 밝아졌다. 퇴근길. 소담스러운 벚나무 가지가 집 앞 육교 난간에 걸쳐 있다. 꽃잎을 훑어내 코로 가져가 본다. 향기가 없다. 어떻게 된 거지? 엊그제 집 앞에 핀 매화 향기에 감탄했던 나로선 적잖이 당황스럽다. 한데 생각해 보니 봄마다 벚꽃은 지천이었지만, 향기에 대한 기억이 없다. 벚꽃은 향이 없는 걸까.

나만 궁금증이 발동한 건 아니었나 보다. 기사를 검색해 보니 이미 벚꽃 향 논란이 분분하다. 모 대학 식물학 전공 교수의 설명이 논란을 잠재운다. ‘향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꽃에 코를 바짝 대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약하다.’ 조향업계에선 “향이 없다”고 한단다. 향으로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 시중에서 벚꽃 향을 내세워 팔리는 화장품의 향기는 뭘까. 조향업계에 따르면 먹는 느낌이나 시각적 분위기, 감촉 등을 조합해서 만든 ‘이미지 조향’의 결과물이다. 흔히 말하는 체리 블로섬 향은 실제 벚꽃보다는 새콤달콤한 열매 쪽에 가깝단다. 향기 없는 벚꽃에서 화려함에 감춰진 초라함을 본다. 꽃의 세계나 인간 세상이나 다를 게 없다.

sdragon@seoul.co.kr

2019-04-10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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