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몸살/황수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몸살/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9-01-24 17:24
수정 2019-01-25 01:2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 살 나이를 먹는 것은 간절한 일이 많아지는 일이다. 두서없이 입맛이 방정을 떤다. 그럴 때는 울렁거리는 마음 어쩌지 못해 제풀에 가라앉기만 기다린다.

이런 것들이다. 칼바람에 목젖이 따끔거리면 뜨물 숭늉 한 사발을 소리 내어 마시고 싶다거나, 입이 깔깔한 밥상머리에서는 싫도록 먹던 우리 집 섞박지를 한입만 깨물어 봤으면 한다거나.

곱게 내린 쌀뜨물로 누룽지를 살살 달랜 둥그런 맛, 김장독에 덤벙덤벙 던져놨어도 설핏한 살얼음에 정신 번쩍 들게 했던 섞박지의 쨍한 맛. 팔짝 뛰게 허기지는 맛이다.

질긴 몸살에 등짝은 꿉꿉해서 새벽잠이 깬다. 객짓밥 수십년인데, 몸살이 날 때마다 수십년째 울먹울먹 뜨내기가 되니 도로아미타불.

몸져누운 시간은 두고 온 곳에 다녀오기 좋은 시간이다. 모퉁이가 없다면 그리운 게 뭐 있겠냐는 시인의 말처럼, 쉬엄쉬엄 가라는 삶의 모퉁이.

풋잠 들었다가 배꼽이 벌떡 일어나게 먹고 왔다. 국간장에 참기름 두 방울이면 엎어진 깨소금통처럼 꼬숩던 흰죽 한 그릇. 주물럭 뚝딱 우렁각시가 살았던 오래된 그 부엌에서.

꼭두새벽에 환청이겠지. 어느 집 도마 소리가 저렇게 다정한지.

sjh@seoul.co.kr
2019-01-25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