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모기 같은 인간/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모기 같은 인간/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6-07-14 23:12
수정 2016-07-15 00:3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이메일 가운데 그냥 삭제되는 운명을 맞는 것이 적지 않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아름다운 글귀이고 감동적인 시구라는 것은 분명하다. 보내는 사람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이야기라도 내 뜻과 관계없이 날아와 쌓이고 넘치면 솔직히 귀찮다.

그런데 모아 두는 메일이 있다. 고전 에세이인데, 모기와 다름없는 인간을 다룬 엊그제 글도 흥미로웠다. 17세기 문인 신정(申晸)이 “백성을 보살피는 권한을 받은 자들이 대낮에 대놓고 백성의 골수를 뽑고 고혈을 빨아먹고 있으니 모기가 살갗을 깨무는 것보다 독성이 훨씬 심하다”고 탄식했다는 대목이 특히 그랬다. 이 글이 도착한 날 밤 교육부 간부의 망발이 있었으니 글쓴이의 통찰력이 놀랍다고 해야 할까.

휴일 텃밭에서 잡초를 뽑다 보면 모기가 정말 밉다. 눈을 부릅뜨고 있어도 꼭 보이지 않는 허벅지만 문다. 모기에게 “너 정말 안 보인다는 것을 알고 거기만 무는 거냐?”라고 물어보고 싶다. 모기가 사라지면 생태계가 변하고 부작용도 있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뒤돌아 다가와 인간의 피를 빠는 모기를 박멸하는 데 한 표를 던지겠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6-07-15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