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고향친구/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고향친구/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3-05-14 00:00
수정 2013-05-14 00:0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지난 금요일, 경남 마산어시장에서 고향친구와 소주잔을 기울였다. 수년 만의 만남이라 저간의 사정이 궁금하던 차였다. 오랜만의 자리가 그렇듯 사업이야기, 직장이야기가 격의 없이 이어졌다. 뼈째 쓴 도다리회가 식감에 안 맞다고 했더니 봄도다리는 ‘세고시’로 먹어야 제맛이라고 귀띔한다. 바닷가 회는 거친 게 맛인가 보다.

친구는 재기가 넘쳤다. 학교 성적도 수위였지만, 잘생긴 외모에 성격도 시원해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었다. 썰매나 팽이, 연을 만들 때 그의 손을 거치면 ‘미인’으로 탄생하던 기억이 새롭다. 어르신들이 그를 두고 “재주가 많으면 큰 출세를 못한다”고 말할 정도로 총명한 친구였다. 그는 고등학교를 마친 뒤 작은 회사에 취업을 했다.

술기운이 돌 무렵 “만나면 칭찬하고, 헤어질 때 아쉬워하자”던 친구가 메모지에 ‘예유고아생(譽由苦我生) 다산 정약용’이라고 적어 건넨다. ‘칭찬은 자신이 힘써 일해야 생긴다’는 뜻이란다. 양복 주머니에 ‘만리장성 같은 자존심’을 넣고 사는 이 세태에 꼭 맞는 말들이다. “자네 총기는 아직 녹슬지 않았어.”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05-14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도수치료 보장 안됩니다” 실손보험 개편안, 의료비 절감 해법인가 재산권 침해인가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개편을 본격 추진하면서 보험료 인상과 의료비 통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 관리 강화와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핵심으로 한 개편안은 과잉 의료 이용을 막고 보험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의료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국민 재산권 침해와 의료 선택권 제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과잉진료를 막아 전체 보험가입자의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
기존보험 가입자의 재산권을 침해한 처사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