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권의 근거중심의학] 독감백신 접종, 사망과 관련 있나?

[명승권의 근거중심의학] 독감백신 접종, 사망과 관련 있나?

입력 2020-11-02 20:40
수정 2020-11-03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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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
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정부가 무료 독감백신 예방접종 대상을 확대하면서 독감백신을 접종받은 후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 국민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10월 31일 0시 기준으로 독감백신 접종 후 신고된 사망 사례는 83건이고 검토를 마친 건 72건이다. 질병관리청은 현재까지 예방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은 매우 낮다고 결론 내렸다. 즉 예방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독감백신 자체 혹은 독감백신에 들어 있는 특정 물질로 인해 사망을 초래하는 경우 발생하는 공통된 임상적 양상이 없이 심혈관질환, 악성종양 등 기저질환이나 뇌출혈, 대동맥박리 등 명백한 개별적인 원인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 중 만 65세 이상은 약 668만명이며, 이들 가운데 7일 이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기록이 있는 사람은 1531명(0.02%)이었다. 이에 반해 올해 10월 31일 현재 만 62세 이상 접종자 615만여명 중 사망은 75명(60세 이상)으로 0.001%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현재로서는 독감 예방접종자 중 사망 사례는 지난해와 비교해 오히려 20분의1에 불과하다. 이는 마스크 착용 및 손씻기 등으로 감염성 질환이 줄어든 이유 등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2016년 영국에서 발행하는 국제의학학술지 ‘백신’에 5편의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을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같은 주제에 대해 발표된 여러 논문을 종합하는 분석 방법) 결과가 발표됐다. 그 결과 3가 독감백신과 이번에 이슈가 된 4가 독감백신 모두 투여 후 7일 이내 사망한 사례를 포함해 백신과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최근 사망자 수가 계속 보고되는 현상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2006년 새롭게 출시된 금연 치료제인 바레니클린(상품명 챔픽스)을 복용한 후 우울증이나 자살 시도 등이 초기에 보고됐다. 이듬해 영국의 보건의약품규제위원회에서는 바레니클린의 이러한 부작용 가능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그 뒤 자살 관련 부작용 보고가 3배 넘게 늘어났다. 이를 ‘자극받은 신고ㆍ보고’라고 한다. 하지만 후속 연구를 통해 바레니클린이 기존 금연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우울증이나 자살의 빈도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의료 현장에서는 지금도 처방하고 있다.

이번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을 둘러싼 최근 논란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독감백신의 상온 노출 사고로 인해 독감백신에 대한 불신 및 우려와 맞물려 ‘자극받은 신고ㆍ보고’에 기인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감백신과 사망 사례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한 독감백신 접종을 중단할 근거는 없다. 정부는 꾸준히 근거를 기반으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2020-11-0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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