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수성가형 억만장자가 등장할 토양 키워야

[사설] 자수성가형 억만장자가 등장할 토양 키워야

입력 2016-03-14 18:08
수정 2016-03-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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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스스로 사업을 크게 일군 이른바 자수성가형의 억만장자가 늘고 있다. 그만큼 역동적인 데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등을 통해 성공할 기회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억만장자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부를 물려받은 상속형 억만장자가 무려 74.1%다. 세계 67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다. 반대로 자수성가한 한국의 억만장자는 25.9%에 불과했다. 자산 10억 달러를 가진 억만장자가 한국에 모두 30명이다. 억만장자를 일반인들과 견주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딴 세상 이야기여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되돌아보는 잣대임이 틀림없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수성가형 억만장자의 경우 미국은 71.1%, 유럽은 64.2%, 일본은 81.7%이다. 특히 중국은 신흥시장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듯 자수성가형이 98%나 된다. 1996년 단 한 명도 없었던 억만장자가 지난해 213명으로 늘어났다. 알리바바의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 바이드의 리옌훙 등은 창업으로 성공 신화를 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자수성가형을 뺀 나머지가 상속형이다. 한국은 이들 나라와는 정반대로 대부분 재벌 2~3세의 상속형들이 억만장자를 대표하고 있다. 엄청난 부의 기원이 조상을 잘 둔 덕분이다.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는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롤모델이다. 새로운 도전을 가능케 하는 까닭에서다. 중국을 차치하더라도 일본의 자수성가형 억만장자 가운데 63%가 창업에서 비롯된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1996년 상속형 억만장자가 55.3%, 2014년 30.4%, 지난해 18.5%로 줄어드는 동안 창업에 따른 억만장자가 늘었다. 자신의 힘으로 대박을 터뜨린 기업가가 등장했다는 방증이다. 상속형 억만장자도 선대의 부를 잘 운영해 더 부를 키워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부의 판도를 바꾸는 일, 즉 신흥 부자들이 태어나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수저 계급론을 얽매이지 않고 계층 간의 이동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활력이 넘치는 사회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다. 창업 생태계의 구축을 위한 토양인 것이다. 그래야 지역별로 설립, 운영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를 꿈꾸는 벤처기업가들의 산실로 자리 잡을 수 있다.
2016-03-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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