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접두사 ‘개-’/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접두사 ‘개-’/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0-12-02 20:46
수정 2020-12-0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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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두사는 파생어를 만드는 말로 어근이나 단어의 앞에 붙어 새로운 단어가 되게 하는 구실을 한다.

‘참사랑’, ‘참뜻’의 ‘참-’이 ‘진짜’ 또는 ‘진실하고 올바른’, ‘품질이 우수한’ 등의 뜻을 더하는 데 반해 ‘개철쭉’, ‘개수작’, ‘개망나니’의 ‘개-’는 ‘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 ‘쓸데없는’ 등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다. 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정도가 심한’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즉 ‘개떡’의 ‘개-’는 강아지를 일컫는 게 아니라 바로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이란 뜻을 나타낸다. ‘개꿈’도 ‘헛된’, ‘쓸데없는’ 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개잡놈’도 ‘정도가 심한’ 잡놈이란 뜻이다. 이처럼 접두사 ‘개-’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의 뜻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개꿀’, ‘개이득’, ‘개멋져’ 등의 표현을 접한 건 몇 년 전이다. ‘매우’, ‘정말로’라는 뜻으로 ‘개-’가 쓰인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때 반짝 쓰이다 말겠지 했다. 하지만 부정적 뜻을 더하던 ‘개-’가 긍정적인 뜻의 낱말들과 결합하면서 쓰임이 날로 확장돼 가고 있다. 명사 앞에서만 쓰이던 것이 동사, 형용사, 부사 등 품사를 가리지 않는다. 그에 더해 ‘개-’가 결합하는 순간 가볍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이런 추세라면 ‘개-’의 사전적 뜻풀이에서 ‘부정적’이란 표현이 사라지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2020-12-0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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