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홍매화/미요시 다쓰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홍매화/미요시 다쓰지

입력 2021-03-25 20:42
수정 2021-03-26 03:3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홍매화/미요시 다쓰지

바다 근처 작은 산그늘

오늘도 그 농가의 뜰에

히레를 흔들며 나를 부르는

한 그루의 홍매화 오오 봉주르

오늘은 또 어제보다 아름답다

그대의 나무 그늘로 채소밭 오솔길로 가자

거기에 주인은 무릎을 꿇고 소 발굽을 훔치고 있다

바다가 들리는 농가의 뜰

20년 동안 머물렀던 학교의 주소는 매곡동 315번지였다. 매화 피는 골짜기라는 이름답게 이곳 사람들은 집집마다 매화를 심고 골목에도 매화를 심었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가로수로 홍매화를 심었으니 향기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동안에는 세상일을 잊을 만하였다. 그 주소가 어느 날 중앙로 525번지로 바뀌었다. 매화로 525번지로 바꾸었으면 좀 좋았을까. 농부는 일 년 농사를 준비하며 소 발굽을 훔친다. 뜰에 핀 홍매화를 보며 오늘은 또 어제보다 아름답다고 중얼거린다. 홍매화 꽃그늘 아래 서 있으면 오늘 쓸 시는 어제 쓴 시보다 아름다울 것 같다. 히레는 옛 일본의 부인들이 외출할 때 어깨에 드리운 길고 얇은 천이다.

곽재구 시인
2021-03-26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