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최명란/달콤한 소유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최명란/달콤한 소유

입력 2018-04-20 17:54
수정 2018-04-21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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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소유/최명란

찢어진 내 청바지에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게도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활짝 핀 꽃대 위에 달콤한 비가 내릴 것이다

개구리는 지천에서 베이스 톤으로 울고

장대비는 꽃들을 흠뻑 적시고 짱짱히 일어설 것이다

돌담을 붙잡고 일어서는 담쟁이처럼

나도 장대비를 붙들고 비를 따라 일어설 것이다

건조한 목구멍을 비에 촉촉 적시며

아직 눈뜨지 못한 새끼들을 오글오글 키울 것이다

걸음 서툰 노인이 눈앞으로 지나가도

늙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희미해져가는 햇빛에 희망을 걸 것이다

사랑하는 우리 흐르는 강물을 함께 바라볼 것이다

결혼식 날 소란 속에 열렬한 노래를 부를 것이다

슬픈 터널 같은 겨울을 통과하자 봄은 난만(爛漫)하다. 뒤뜰 앵두나무는 흰꽃을 피우고,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는 분홍꽃을 피웠다. ‘개구리는 베이스 톤으로 울고’, 벌들은 잉잉대며 벌통으로 꿀을 나르느라 바쁘다. 밤마다 별들은 찬란하고, 깊은 강물들은 고요하게 웃는다. 미래의 기쁨을 빌려다 오늘을 사는 당신은 우리 집 꽃핀 뒤뜰의 여왕이다. 당신은 ‘아직 눈뜨지 못한 새끼들을 오글오글 키울’ 테다. 아, 당신 마음이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가 무릉도원일까?

장석주 시인
2018-04-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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