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경 기자의 사람, 사랑] 시각장애인과 관광

[윤수경 기자의 사람, 사랑] 시각장애인과 관광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18-05-29 17:42
수정 2018-05-29 17:5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관광은 수다쟁이랑 갔으면 좋겠어요.”
이미지 확대
윤수경 사회2부 기자
윤수경 사회2부 기자
지난달 서울시의 무장애관광 정책을 취재하면서 만난 시각장애인 박광재(55)씨의 말에 정곡을 찔린 기분이 들었다. 지레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관광에 나설 꿈도 못 꾼다”든지 “촉각, 미각을 자극하는 관광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등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불가능성의 패러다임에 그를 가뒀던 것이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닌,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실감 나게 이야기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그의 대답에 뭔가 단단히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시각장애인의 관광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주제였다. ‘주역’의 ‘관국지광’(觀國之光)에서 유래한 관광은 ‘보다’(觀)라는 뜻이 강조돼 있고 관광을 뜻하는 영어 단어도 ‘Sightseeing’으로 ‘보다’(See)라는 뜻이 들어간다. 하물며 관광의 다른 즐길거리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은 또 어떠한가. ‘먹어 보다‘, ‘느껴 보다’, ‘들어 보다’ 등에도 ‘보다’가 들어간다. 물론 눈으로 대상의 존재나 형태적 특징을 아는 ‘보다’와 어떤 행동을 시험 삼아 해 보거나 경험함을 나타내는 보조동사 ‘어+보다’ 구성의 ‘보다’는 전혀 다른 뜻이지만, 모두 눈으로 대상을 본다는 ‘보다’에서 파생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관광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앞에 놓인 풍경이나 대상을 보고 싶은 욕구가 없을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13살에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된 박씨는 지난 3월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이 열렸던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비로소 ‘관광’을 즐겼다고 말한다. 서울시가 지원한 시각장애인 무장애 관광에는 6개월 이상 교육을 받은 현장영상해설사가 동행했다. 현장영상해설사는 송수신기를 통해 20여명의 시각장애인들에게 현장을 생생히 묘사해 중계했다. 그는 “의족을 착용한 선수가 줄 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며 성화를 봉송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영상해설사가 장면마다 치밀하게 묘사를 하다 보니 마치 눈앞에 장면이 펼쳐지는 것처럼 느껴져 감동했다”고 말했다.

관광은 이제 특정인만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권리가 됐다. 실제로 2016년 기준 국내 여행을 한 사람은 3929만 3000명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이 여행을 한 셈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관광의 주체로 보지 않고, 시혜 대상 혹은 객체로만 인식했던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장애 유형별로 어떤 요구가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나아가 장애인을 복지 지원 대상이 아닌 어엿한 소비 주체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여러 기업이 장애인 관광 사업에 뛰어들면 그 저변이 넓어지고 장애인의 선택권 역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장애인 관광에 대한 정책이 대부분 ‘장애인 이동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재고해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정책에 왜 그동안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때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본부 부총재 접견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15일 게르하르트 발러스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본부 부총재를 접견하고, 의회-재단 간 협력 강화와 한·독 양국 간 지방정부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최 의장과 발러스 부총재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2024년 9월, 서울시의회 대표단이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재단 본부에서 처음 면담한 바 있다. 당시 대표단은 같은 해 7월 재단 초청 사업을 통해 서울시의회를 찾았던 독일 연방의회 의원단과 국회에서 재회하며 교류를 이어갔다. 최 의장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지속되어 온 의회-재단 간 협력 사례를 언급하며 “재단의 교류사업은 단순한 인적교류를 넘어 양국의 주요정책을 공유하고 미래 비전을 함께 모색하는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발러스 부총재 역시 “재단이 동북아시아 지역 전반에 관심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을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서울시의회와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면담에는 지난 8월 부임한 헨릭 브라운 재단 한국사무소 대표도 함께했다. 브라운 대표는 지난달 의회를 방문해 저출산 문제 등 양국의 공통 현안에 대해 최 의
thumbnail -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본부 부총재 접견

yoon@seoul.co.kr
2018-05-30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