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무 시인/우진용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무 시인/우진용

입력 2012-02-25 00:00
수정 2012-02-2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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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시인/우진용


나무는 시인보다 더 시적이라고

상투적인 언사가 아니다.

초록으로 세상을 점령한 위세에 눌려서도

철 늦은 빈 가지 쓸쓸한 뒷모습 때문도 아니다.

밑둥치 남기고 트럭에 실려서 간 뒤,

비로소 그가 남긴 둥근 시구를 보았다.

어느 시인이 온몸으로 제 나이를 그리겠느냐.

나도 나이테를 두를 줄 아는 나이가 되었는가.

담 벽에 기댄 채 묵묵히 깊어가는 그의 그림자.

채머리 흔들며 아니다아니다 이마에 스친 바람도

머리 풀며 취하도록 빗물에 흠뻑 젖었던 날도

돌아보면 한 시절 삭정이처럼 삭이게 되었는가.

겨울 초입,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그를 본다.

마지막 남은 잎새 몇 장 발밑에 내려놓고

한 해 단 한 줄만을 남길 줄 아는 그는

온 몸으로 테를 두른 계관 시인이다.

2012-02-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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