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마찰 우려해 평일 진료비 받는 곳 대부분
정부가 내수진작 활성화를 목표로 오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가운데 의료계에서 휴일 진료에 대해 적절한 보상 없이 ‘희생’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임시공휴일도 명백히 ‘빨간 날’임에도 평일과 동일한 진료비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의료비는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등 관련 기준에 따라 휴일에는 30% 이상 더 받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가나다 순) 등 국내 5대 의료기관은 6일에도 평일과 마찬가지로 정상진료를 하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건국대병원, 경희대병원, 중앙대병원, 한양대병원도 정상진료에 나선다. 고려대병원의 경우 오늘 중으로 정상진료를 하는 과목을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들 의료기관 모두 평일 진료비를 받기로 했다. 이미 예약한 사람들에게 휴일 진료비를 받을 경우 민원이 빗발칠 것이 뻔하므로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는 게 의료계 분위기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임시공휴일 지정이 불과 1주일 전에 내려졌기 때문에 지금 와서 예약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사정을 설명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B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임시공휴일이라고 평일보다 비싼 비용을 받으면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사정은 동네 병·의원도 마찬가지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동네 병·의원 80~90%가 정상진료를 할 예정이지만, 휴일 진료비를 받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협 관계자는 “지난해 광복절 전날인 8월 14일도 갑작스럽게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다”며 “보건복지부는 임시공휴일에 평일 진료비를 받아도 진료비 할인이 아니므로 환자 유인 행위가 아니라는 입장만 공문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공휴일에 평일 진료비를 받으라고 하는 방침은 의료기관에 희생만 강조하는 것”이라며 “그날 출근하는 병원 직원들에게 줘야 하는 인건비와 휴일 가산료는 왜 고려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협은 임시공휴일과 관련, 환자의 진료권 보장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적절한 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건강보험 누적흑자액 17조원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임시공휴일에 따른 환자 본인부담금 증가 차액분을 공단 부담금에서 의료기관에 지급도록 조치해야 해야 이 같은 마찰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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