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국제 유가의 운명은
국제 기름값이 ‘묘하다’. 한쪽에서는 바닥을 찍었다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아직 멀었다고 한다.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전망이 더욱 헷갈리는 양상이다. 지금으로서는 유가 랠리가 이어지기보다 더 떨어지거나 횡보할 것이라는 전망에 좀더 힘이 실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의지와 미국 셰일오일의 공급 축소 등으로 일시적인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세계경제의 불황 여파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공급 축소보다 수요 감소가 더 강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런 면에서 시장은 배럴당 45~55달러의 ‘저유가 시대’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를 100% 수입하는 우리 경제로서는 일단 큰 걱정거리를 던 셈이다.



1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53달러 내린 47.08달러로 집계됐다. 최근 배럴당 50달러에 육박했다가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지난달 45.77달러로 바닥을 찍고 이달(1~13일) 들어 47.53달러로 반등했다. OPEC은 내년엔 미국의 원유 생산이 8년 만에 처음 감소하면서 석유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50달러 미만의 저유가가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OPEC은 미국 셰일 개발업체들의 과도한 부채, 그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들어 내년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종전에 비해 하루 28만 배럴 하향 조정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줄면서 초과 공급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아직 불확실성이 크기는 하지만 내년에는 상승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은 하락 쪽에 더 기울어져 있다. 우선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하락론의 주된 근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6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당초 3.3% 전망에서 3.1%로 0.2% 포인트 내렸다. 내년 전망치도 3.8%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원유 수요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중국의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지연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유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IMF 측은 “선진국의 미약한 경기 회복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개도국의 경기 둔화 심화로 올해 성장률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하향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공급 축소도 OPEC의 장담처럼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동안 경제 제재 조치로 막힌 이란산 원유 수출이 오는 12월부터 본격 가동되는 점이 그 근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내놓은 월간 보고서에서 “내년에도 석유 과잉 공급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세계경제의 불황과 이란·이라크의 원유 수출 확대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유가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면서 “올해 두바이유 가격을 55달러 수준으로 예측했는데 이보다 높게 형성될 요인이 없다”고 관측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올해 두바이유 가격을 평균 60달러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지금 유가 방향으로는 하방(하락) 요인이 더 있는 것 같다”면서 “유가가 하락하면 우리 경제엔 플러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효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유가 하락은 세계경제 회복 지연을 의미하는 만큼 엄밀히 따지면 중립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의 유가 랠리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특별한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저유가는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다만,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변수다.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이 유가와 관련됐다는 시각도 있다. 북미지역의 허리케인과 세일오일의 급격한 감축도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서지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셰일오일 붐을 타고 생겨 났던 미국 독립업체들의 매각 건수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유가가 오르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지난 8월처럼 40달러 이하로 떨어지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서울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서울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5-10-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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