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천국 흡연지옥’ 과연 괜찮은가?”

“’금연천국 흡연지옥’ 과연 괜찮은가?”

입력 2015-01-07 07:08
수정 2015-01-0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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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황상익 교수, 흡연 죄악시 풍조 경계론

새해 들어 담뱃값 인상에다 금연구역 확대로 흡연자의 설 땅이 없어지면서 흡연자의 흡연권 목소리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흡연의 피해는 명백하지만, 과연 ‘금연 천당 흡연 지옥’만을 외칠 정도인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서울대 의대 황상익 교수는 다산연구소의 다산 포럼에 실은 ‘흡연과 건강 담론’이란 칼럼에서 일방적으로 흡연을 죄악시하는 분위기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 칼럼은 우선 전 세계적인 금연운동과 그에 따른 각국의 금연정책이 실제 사망률을 줄이고 건강증진 효과를 낳은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1990년대부터 폐암 사망률이 줄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2003년을 고비로 폐암 사망률은 감소 추세다.

이런 성과는 금연운동이 지난 50년 동안 크게 성공을 거두면서 흡연의 해악이 명백히 밝혀진 데에 기인했다. 여기에는 ‘건강 담론’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건강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되면서다.

그 결정적 계기는 50여년 전인 1964년 1월 11일 미국에서 발표된 이른바 ‘테리 보고서’. 이 보고서는 ‘흡연과 건강. 공중보건국장 자문위원회 보고서’가 정식 명칭이지만 당시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루서 테리 미국 보건·교육·복지부 공중보건국장의 이름을 따서 ‘테리 보고서’라 부른다. 흡연의 건강 논란을 결정지은 이 보고서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기념비적인 공중보건 관련 문서로 인정받고 있다.

보고서의 내용은 제목처럼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즉 해악이다. 총 386쪽으로 구성된 보고서의 골자는 ▲ 흡연자의 사망률은 비흡연자보다 70% 더 높다 ▲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는 다른 어떤 요인들 보다 높다 ▲ 흡연과 만성 기관지염, 폐기종, 심장병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 등 세가지로 요약된다.

이 보고서에 대해 담배회사가 여러 차례 반격을 시도했고, 간혹 애연가들이 흡연권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테리 보고서 이후 지난 50년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 담배회사는 담뱃갑에 담배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경고문을 반드시 싣게됐고(1965년) ▲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담배 광고가 금지됐으며(1971년) ▲ 항공기에 금연석이 설치됐고(1972년) ▲ 국제선 항공기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됐다(2000년). 또 2009년 들어서는 미국 식품의약청이 담배를 규제하는 권한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미국보다 짧으면 몇 년, 길면 십여 년 뒤지지만 비슷한 조치를 채택했다. 1980년 고속버스에 금연석이 마련됐고, 1996년에는 지하철에 흡연이 전면 금지됐다. 이후 담배와 관련된 풍속도가 크게 변했다.

이제 애연가들이 흡연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간접흡연의 폐해를 내세우는 비흡연자들의 목소리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강담론은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황 교수는 “흡연의 해악은 학술적으로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이 ‘금연 천당, 흡연 지옥’을 외칠 정도로 전체주의적인 모습을 띠어도 과연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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