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서 거액 배상 방침’ 여파
미국에서 팔린 현대기아차의 연비 과장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수백억원의 배상금과 신뢰도 추락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역차별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경쟁사들은 이번 연비 과장을 마케팅에 활용할 태세다.

국내 연비 과장 논란도 번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연비측정 시스템을 복합연비 기준으로 바꾼 이후 대부분의 차종이 20~30%씩 연비가 낮아졌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정부의 묵인 아래 연비가 뻥튀기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 아반떼를 10년째 운행 중인 조호형(41·서울 마포)씨는 “공식연비가 13.6㎞/ℓ이지만 평균 체감 연비는 10㎞/ℓ 수준이었다.”면서 “엉터리 연비측정 기준을 정한 정부나 엉터리 연비로 광고한 자동차업체 둘 다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조씨는 “몇 십년 동안 국민이 본 손해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판결에 따라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우리도 정부와 자동차업체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자.’ ‘현대기아차의 독과점 폐해를 바로잡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미국 판매 보증기간(일반부품 5년/6만 마일·9만 6000여㎞)을 국내에서보다 두 배 이상 길게 해 주면서 국내 소비자 역차별 주장에 빌미를 제공했다.
프랑스와 중국 등 현지 자동차업체들의 견제가 심한 곳에서는 미국과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이번 보상 결정이 토요타와 폭스바겐 등 경쟁업체들의 마케팅에 이용될 가능성도 크다.
현대기아차가 미국과 같은 소송에 휩싸이게 되면 최근 10년 동안 쌓아 왔던 글로벌 품질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연비 과장은 미국 판매 차량에만 일어난 단순한 실수라고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토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에서 보았듯이 제품 신뢰도는 한순간에 무너지기 때문에 공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 기술의 핵심인 남양연구소에서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종 테스트 품질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12-11-05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