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 만에 고비 맞는 동반성장위

출범 100일 만에 고비 맞는 동반성장위

입력 2011-03-19 00:00
수정 2011-03-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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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공유제’ 정·관·재계 날선 공방

대·중소기업 간 상생의 구심체인 민간 주도의 동반성장위원회가 ‘초과이익 공유제 논쟁’으로 인해 출범한 지 불과 100일 만에 고비를 맞고 있다.

동반성장위를 이끄는 정운찬 위원장이 19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동반성장 의지를 정면 비판하면서 사퇴까지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동반성장 주무부처로서 동반성장위를 측면 지원해 왔다.

작년 12월13일 깃발을 올린 위원회가 3개월여 만에 향후 행로에 큰 영향을 미칠 갈림길에 서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정 위원장과 주무부처 수장인 최 장관 간의 갈등이다.

물론 앞서서도 정 위원장이 들고나온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청와대, 정치권, 정부부처, 중소기업계, 재계가 각각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키워온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정 위원장은 경기고 9년 후배이자 서울대 동문인 최 장관이 잇따라 초과이익 공유제를 정면 비판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것은 이미 두 사람 사이의 공방에서 확연하게 드러난 바 있다.

최 장관은 “이익공유제를 기업과 기업 간에 적용하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그만 얘기하자”고 수차례 지적했고, 정 위원장은 “이미 일부 기업에서 시행하는 제도이고 동반성장 취지를 살리자는 대의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정 위원장의 불만은 이익공유제 공방을 떠나 정부, 특히 동반성장의 주무부처인 지경부가 ‘뒷다리’를 걸고 있다는 논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반성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한데, 정부의 협조가 너무 약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무부처 장관(최 장관)이 거칠게 비판하고 있어 안타깝다. 내가 그동안 몇 번 얘기했지만, 나보고 일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최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사퇴 검토 언급의 배경과 진정성을 묻자 “정부가 서포트(지원)를 해주기는커녕 위원회에 인력도 없고 예산도 없다. 내가 거기다 대고 뭐라고 그러겠느냐”며 “너무 힘들어서 일을 못하겠다는 것이다”라고 에둘러 말했다.

이는 따라서 당장 사퇴하기보다는 최 장관이나 지경부의 대응, 그리고 관계 당국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사퇴 실행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언급이나 생각에는 동반성장위가 민간기구로 갖는 한계에 대한 그의 인식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반성장위는 상부 조직으로 위원장 등 위원단이 25명이고, 2004년부터 정부 위탁 성격의 동반성장 사업을 전담해온 대·중소기업 협력재단 사무국 인력 16명이 위원회운영부와 동반성장지원부로 나눠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스태프가 동반성장위 사무국 격이다.

또 학계 인사와 전문기관 인력이 주축을 이룬 동반성장지수 실무위와 중소기업 적합 업종 품목 선정 실무위에도 각각 14명이 일하고 있다.

여기에 12개 업종별 실무위가 꾸려져 대기업 임원, 중소기업 대표, 업종별 단체 임원 등 모두 153명이 함께하고 있다.

올해 예산은 이미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지원한 20억원과 앞으로 들어올 중소기업중앙회의 2억원을 합쳐 22억원이다.

전경련은 올해부터 5년간 20억원씩 100억원을 주기로 했다.

정 위원장으로서는 따라서 동반성장위가 동반성장 방안을 마련해 이를 구속력 있게 실행하려면 정부의 의지와 물심양면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데, 지원은커녕 자신이 그 취지를 두고 수차례 해명하고 설명한 이익공유제만 물고 늘어진다는 섭섭함과 불쾌감을 ‘사퇴 검토’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지경부는 동반성장위가 분명하게 민간기구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애초 조직 운영과 관련해 정부 예산과 인력을 할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방향을 잡은 상태이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두 수장의 인식 자체가 ‘동상이몽’인 셈이다.

어쨌거나 정 위원장의 발언으로 공은 지경부 등으로 넘어가게 됐으나, 지경부도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계가 모두 방법과 취지에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실질적 동반성장 전략이 중요한데 정 위원장의 이익공유제에 재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등 소모적 논쟁만 난무하는 반면, 전직 총리인 정 위원장의 존재감이 크고 그만둔다면 그만한 중량급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 장관은 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사퇴를 완전히 결심한 것도 아닌 만큼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이 이익공유제 발언을 놓고 여야 정치권과 ‘1라운드 공방’을 벌인 데 이어 이건희 삼성 회장이 “듣도 보도 못한 용어”라고 비판하면서 ‘2라운드 공방’이 일어난 뒤 나온 최 장관과의 ‘3라운드 공방’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대·중소기업이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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