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는 케이타. KOVO 제공
케이타는 이번 시즌 849점으로 압도적인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V리그 남자부 기준 10번 있었던 1000득점 고지는 가뿐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변이 없는 한 득점 1위는 케이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긴 하지만 케이타도, KB손해보험도 고민이 크다. 바로 케이타의 득점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이다.
케이타는 1라운드에서 249점을 쓸어 담으며 V리그에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2라운드 214점, 3라운드 184점, 4라운드 173점으로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내리막이다. 세트 수가 다른 점을 고려해 세트당 평균 득점으로 계산하면 1라운드 9.58점, 2라운드 8.92점, 3라운드 8.76점, 4라운드 7.21점이다.
이상렬 감독 역시 케이타의 슬럼프를 걱정했다. 이 감독은 27일 현대캐피탈전에 앞서 “케이타가 슬럼프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그게 5라운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감독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케이타는 현대캐피탈전에서 29득점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동료와 함께 기뻐하는 케이타. KOVO 제공
이어 “케이타가 굉장히 착한 선수인데 자기 고집이 있다. 안 될 땐 짜증 나니까 표현을 한다”면서 “오늘 자극을 받으니까 이판사판 한 것 같다”고 웃었다. 아직 감정적인 반응이 앞서는 어린 케이타를 이 감독이 차분히 지도한 결과는 승리로 나타났다.
케이타 역시 자신의 현재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케이타는 “시즌 초반엔 우승하러 왔다고 했는데 상대팀도 내 분석이 들어가고 하다 보니 우승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세상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보였던 스무 살 청년은 멋쩍게 웃었다.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케이타의 자신감까지 꺾을 순 없었다. 케이타는 “경기력이 나쁘진 않다. 앞으로 더 밀어붙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면서 “100%는 아니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 다음 경기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청난 성적을 남기는 만큼 케이타는 V리그 장수 외국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드러난 약점을 보완해야 하는 전제가 있다. 코트에서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배워가는 케이타가 슬럼프와 상대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고 한 단계 더 성장한다면 꿈꾸는 우승도 그저 꿈으로만 남지 않을 수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