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회에서 보여주겠다…응씨배 우승하고 싶어”
이세돌 9단이 ‘바둑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국하기에 앞서 “바둑의 아름다움, 인간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게 아니므로 바둑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알파고에 1승 4패로 졌지만, 여전히 “인간이 밀린다고 해서 바둑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알파고와 5번기를 마치고 제주도에서 5박 6일 가족과 휴가를 보낸 이세돌 9단은 21일 김포국제공항에 도착, 취재진에 이같은 생각을 말했다.
치밀한 수 읽기 능력을 보인 알파고를 상대로 경이로운 1승을 거둔 그는 “알파고가 계속 발전하면 인간이 이기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스포츠에서 로봇이 나오면 사람이 상대나 될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알파고는 기본적으로 실력이 있다. 거기에 심리 동요도 없고 지치지 않는다”며 알파고가 바둑 승부에서 이길 만한 조건을 두루 갖췄음을 인정했다.
그는 “바둑도 지금은 스포츠가 됐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바둑을 ‘예술’로서 배웠다”며 “승패가 바둑 값어치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바둑이 단지 승패만 따지는 경기가 아니라, 대국을 하면서 여러 감정을 느끼고, 상대와 그 감정을 나누기도 하는 정서적인 면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이야기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대국한 것도 “어차피 바둑이었다. 특수 환경은 있었지만, 바둑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돌아봤다.
그는 앞서 제주공항에서 김포행 비행기를 타기 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신중하게 생각해봐야겠지만 지난 대국에서 알파고를 어느 정도 파악했기 때문에 알파고가 재대결을 원한다면 이른 시일 내에 치르는 조건으로 다시 대결해보고 싶다”고 말하며 여전한 승부사 기질을 내비치기도 했다.
알파고와 한 ‘세기의 대국’에서는 졌지만, 그가 치러야 할 대국은 여전히 많다.
일단 오는 30일 맥심배 8강에서 김지석 9단과 맞붙는 이세돌 9단은 “올해 세계대회에 3∼4군데 나간다. 열심히 해서 세계대회에서 실력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특히 다음 달 19일 개막하는 ‘바둑 올림픽’ 응씨배에 출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그는 “4년마다 한 번 열리는 대회다. 저도 어린 나이가 아니어서 4년 후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번에는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산 18번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세돌 9단이지만, 아직 응씨배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세계대회에서 중국 선수들을 이기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한 일정이다.
그는 딸 혜림 양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13년 7월부터 아내 김현진씨와 혜림 양을 캐나다로 보내고 기러기 생활을 했다.
그러나 혜림 양이 오는 9월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한국국제학교(KIS)로 전입할 예정이어서 앞으로는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됐다.
제주도에서 혜림 양이 다닐 학교와 집을 둘러봤다는 그는 “딸과 아내는 다음 달 2일에 다시 캐나다로 갔다가 7월에 돌아온다”며 “혜림이가 처음 저와 헤어질 때는 눈물이 글썽글썽했고 저도 섭섭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