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출신 바로나, 망명 3년 만에 고국 돌아가는 사연

쿠바 출신 바로나, 망명 3년 만에 고국 돌아가는 사연

임병선 기자
입력 2016-03-21 11:41
수정 2016-03-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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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 외야수로 23일 쿠바 대표팀과 친선 시범경기에 나설지 주목

 미국프로야구(MLB) 탬파베이의 외야수 다이론 바로나(?사진?·28)는 23일 새벽 쿠바 아바나의 에스타디오 라티노아메리카노에서 열리는 쿠바 대표팀과의 MLB 시범경기 출전 명단에 어떻게 자신이 포함됐는지 아직도 의아해 하고 있다.

 바로나는 오직 미국에서 야구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멕시코만 죽음의 바다를 건너온 수많은 쿠바 망명자 선수 중 한 명인 데다 마이너리그 소속으로 스프링캠프에 초청된 지 3주 만에 기쁜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쿠바 출신의 대다수 메이저리거도 몇년이나 몇십년 동안 가족들을 만날 수 없었는데 자신은 미국으로 건너온 지 3년 만에 가족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는 20일 플로리다주 포트샬럿에 차려진 탬파베이 스프링캠프에서 스페인어로 이뤄진 ESPN과 인터뷰 도중 “보세요, 고국에 돌아갔을 때 여전히 믿을 수 없는 뭔가가 있어요. 비행기에서 내려 쿠바 땅을 밟아도 여전히 믿기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날 쿠바로 보내는 데 역할을 했는지 모르지만 누구였던간에 고마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바로나는 탬파베이의 아바나 원정 명단(34명)에 자신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맨먼저 함께 난민 보트에 몸을 실었던 어머니에게 전화해 알려드렸다. 어머니 역시 믿기지 않아 했다. 너무 뛸 듯이 기뻐해 그녀도 함께 가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바로나가 쿠바에 남겨진 모든 가족, 아니 모든 쿠바인에게 전할 선물들을 싸들고 가길 바랐다. 하지만 바로나는 “‘전 야구를 하러 갈 뿐이에요’라고 어머니에게 말씀드렸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사실 지난해에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바로나가 스프링캠프에 처음 초청돼 아바나 원정 명단에 포함된 것은 순전히 운명적인 일이다. 케빈 캐시 감독과 대형 타자 에반 롱고리아, 젊은 에이스 크리스 아처 등이 바로나를 포함시키는 데 앞장섰다. 특히 아처는 “그에게는 모든 것을 의미할 것”이라며 “가족들을 3년이나 못 만났어요. 난 그가 선발 출전해 외야로 뛰어가 4만~5만여 팬들의 응원 목소리를 듣기를 바라고 있어요. 비현실적인 순간일 거에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기 때문에 눈물을 참느라 무척 힘겨울 거에요”라고 말했다.

 

 바로나는 “이제 얼굴을 익힌 지 20일밖에 안 된 롱고리아, 아처, 그리고 감독님과 다른 선수들이 제가 고국에 돌아갈 수 있도록 지지해준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감격했다. 이어 “쿠바를 떠날 때 이렇게 짧은 시간에 돌아갈 수 있게 됐고, 더욱이 그곳에서 야구를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라고 덧붙였다.

 

 탬파베이는 1999년 3월 볼티모어가 쿠바를 찾아 친선경기를 펼쳤을 때 10살이었던 바로나는 당시 텔레비전 중계로 이 경기를 지켜본 기억이 있다고 했다. 쿠바 내셔널 시리즈의 ‘Camaguey‘에서 뛰었던 그는 “경기를 잠깐 봤는데 라티노아메리카노 관중석이 가득 들어차 ‘맙소사,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이 경기장 안에 들어가지’라고 혼잣말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지난 2010년 팬아메리칸대회 예선전에서 쿠바와 맞붙어 6이닝 동안 삼자범퇴에 2피안타 10탈삼진을 기록하며 미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아처는 당시 호세 아브레유(시카고 화이트삭스), 요니스 세스페데스(뉴욕 메츠)와 맞붙은 기억이 새롭다. 롱고리아는 2007년 국제야구연맹(IBF)이 대만에서 개최한 제1회 월드컵에서 쿠바 대표팀을 상대로 2득점해 6-3 승리로 이끌어 33년 쿠바의 철권 통치를 끝냈는데 이번에 다시 선의의 경쟁을 펼치길 기대하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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