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올림픽 앞둔 안현수의 허벅지는 단단했다

마지막 올림픽 앞둔 안현수의 허벅지는 단단했다

한재희 기자
입력 2016-03-18 16:26
수정 2016-03-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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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힘을 쏟아낸 뒤 멋있게 은퇴하고 싶습니다.”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31·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18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개교기념식에 참석해 ‘자랑스러운 한국체대인 상’을 수상한 뒤 취재진에게 건넨 말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에 입국한 안현수는 이번 시즌을 건너 뛴 채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후배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 힘쓰고 있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도 여러 곳 다녔지만 수술을 하게 되면 경기력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권유를 받고 재활훈련을 임하고 있는 것이다.

 안현수는 “원래 소치 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치려했었다. 그러나 러시아 빙상경기연맹 회장께서 2년 정도 선수 생활을 더 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를 했다. 내 스스로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운동을 더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무릎 통증 때문에 일단은 이번 시즌 휴식을 가졌다”며 “운동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달고 하는 부분이고 근육을 키워 통증 부위를 잡아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올림픽이 2년뿐이 안 남았다. 올 한 해는 큰 욕심 가지기보다는 여러 경기에 참가하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리는 데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안현수가 한국에 머물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부인 우나리(32)씨의 출산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우씨는 지난해 12월 29일 한국에 귀국해 딸을 낳았다. 현재 생후 3개월가량이 된 딸의 이름은 제인이다. 안현수는 2세 이야기가 나오자 만면에 웃음을 띄운 채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고 해서 예전에 운동만 바라보고 있을 때와는 다른 상황이 됐다”며 “그 나름대로 저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집중할 부분도 생긴 것 같다. 결혼을 빨리 해서 좋다”고 말했다.

최근 딸의 여권도 발급받은 안현수는 조만간 가족들과 함께 러시아로 건너가 새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안현수는 “2주 뒤에 러시아에 돌아갈 계획이다. 오는 4월 중순부터 팀 훈련을 시작하고, 10월부터는 경기에 출전해야 할 것 같다”며 “한국에는 12월에 올 예정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빙상장에서 테스트이벤트(사전 점검 경기)가 열리니 경기장 분위기를 익히는 데에 초점을 둘 예정이다”고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빙상종목 첫 테스트이벤트인 ‘2016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대회’는 오는 12월에 현재 신축중인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의외로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안현수는 “선수로서 올림픽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지만 결과에 연연해서 준비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몸상태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올림픽이라는 게 사람의 욕심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가 만져 본 안현수의 허벅지는 아직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지 않았음에도 벌써 딴딴하게 단련돼 있었다.

이날 ‘자랑스러운 한국체대인 상’ 시상식에선 행사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이 진행됐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안현수도 일어나 오른 가슴에 손을 올렸고, 가만히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귀화 문제로 큰 홍역을 치렀던 안현수에게 모국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더욱 더 특별할 것 같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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