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대회…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서 성황
“꽃다운 청소년들이 꿈을 활짝 펴 보지도 못한 채 참사를 당해 정말 애통합니다. 오늘은 그 아이들을 생각하며 완주하겠습니다.”(74세 강유원씨)“세월호 참사 추모 기간에 야유회에서 흥청망청 술 마시는 것보다 마라톤을 하며 팀워크를 다지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직원들과 나왔습니다.”(정동철 다우데이타 대표)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을 출발해 시원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한강변 코스를 달리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오전 9시. 개그맨 배동성씨가 “파이브, 포, 스리, 투, 원, 출발~” 하며 대회 시작을 알렸다. 서로 어깨를 주물러 주던 열세 살 소년부터 여든한 살 할아버지까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일제히 힘찬 발걸음을 뗐다. 예년보다 더운 날씨 탓에 생수를 머리에 끼얹으며 결승선을 향했다. 하프(21.0975㎞)와 10㎞, 5㎞ 등 저마다 맞는 코스를 선택했다.
지난 17일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에서 한 여성 참가자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달리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한 여성 참가자가 시민들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선거 날짜가 적힌 표지판을 들고 웃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참가자들은 건강 관리에는 마라톤만 한 것이 없다며 입을 모았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회원만 2만 7000여명에 달하는 ‘런너스클럽’의 주용규(50)씨는 “외국이나 지방 출장을 가도 운동화 한 켤레만 챙기면 마라톤을 즐길 수 있다”고 애찬했다.
박양희(49·의정부달리마클럽)씨는 “완주했을 때 얻는 성취감과 자신감으로 일상에서 닥친 고난을 이겨 낼 수 있다. 2003년 처음 풀코스를 완주했을 때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며 웃음 지었다. 하프코스에 참가한 조성기(54·일산호수마라톤클럽)씨는 출발 전 “서울신문 대회는 거의 매년 참가한 것 같다. 이번에도 40여명의 동료와 함께 왔다. 꼭 완주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외국인들도 대회를 만끽했다. 국내 최대 외국인 마라톤 동호회 서울플라이어 대표 더글러스 한손(46·미국)은 아내와 함께 10㎞와 5㎞ 코스를 뛰었다. 교사 루이스 쿠트롤라키스(28·캐나다)는 “한국에 와 2년 전부터 마라톤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도 5㎞ 코스를 뛴 뒤 “힘든 상황에서도 대회가 잘 치러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모두가 처져 있는데 다 함께 아픈 시간을 이겨 내기 위해 힘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05-19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