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하프마라톤] 시민 1만명 가슴엔 노란 리본·손에는 투표 의지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시민 1만명 가슴엔 노란 리본·손에는 투표 의지

입력 2014-05-19 00:00
수정 2014-05-1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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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대회…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서 성황

“꽃다운 청소년들이 꿈을 활짝 펴 보지도 못한 채 참사를 당해 정말 애통합니다. 오늘은 그 아이들을 생각하며 완주하겠습니다.”(74세 강유원씨)

“세월호 참사 추모 기간에 야유회에서 흥청망청 술 마시는 것보다 마라톤을 하며 팀워크를 다지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직원들과 나왔습니다.”(정동철 다우데이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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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을 출발해 시원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한강변 코스를 달리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을 출발해 시원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한강변 코스를 달리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에서 1만여명의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은 물씬한 봄내음을 깊게 들이마시면서도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추모를 잊지 않았다. 수백 명의 참가자가 난지못 인근에 설치된 가로 6m 세로 2m의 흰색 벽에 애도의 마음을 담은 노란색 포스트잇을 정성스레 붙인 뒤 스타트라인으로 향했다.

오전 9시. 개그맨 배동성씨가 “파이브, 포, 스리, 투, 원, 출발~” 하며 대회 시작을 알렸다. 서로 어깨를 주물러 주던 열세 살 소년부터 여든한 살 할아버지까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일제히 힘찬 발걸음을 뗐다. 예년보다 더운 날씨 탓에 생수를 머리에 끼얹으며 결승선을 향했다. 하프(21.0975㎞)와 10㎞, 5㎞ 등 저마다 맞는 코스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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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에서 한 여성 참가자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달리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지난 17일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에서 한 여성 참가자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달리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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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참가자가 시민들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선거 날짜가 적힌 표지판을 들고 웃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한 여성 참가자가 시민들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선거 날짜가 적힌 표지판을 들고 웃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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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원으로 6·4 지방선거 투표 참여 캠페인도 함께 펼쳐졌다. 대회 공식 명칭도 ‘유권자와 함께하는 제13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로 정했다. 선관위에서만 679명이 참가해 “투표로 응원하세요”라는 문구를 가슴에 달고 뛰었다.

참가자들은 건강 관리에는 마라톤만 한 것이 없다며 입을 모았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회원만 2만 7000여명에 달하는 ‘런너스클럽’의 주용규(50)씨는 “외국이나 지방 출장을 가도 운동화 한 켤레만 챙기면 마라톤을 즐길 수 있다”고 애찬했다.

박양희(49·의정부달리마클럽)씨는 “완주했을 때 얻는 성취감과 자신감으로 일상에서 닥친 고난을 이겨 낼 수 있다. 2003년 처음 풀코스를 완주했을 때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며 웃음 지었다. 하프코스에 참가한 조성기(54·일산호수마라톤클럽)씨는 출발 전 “서울신문 대회는 거의 매년 참가한 것 같다. 이번에도 40여명의 동료와 함께 왔다. 꼭 완주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외국인들도 대회를 만끽했다. 국내 최대 외국인 마라톤 동호회 서울플라이어 대표 더글러스 한손(46·미국)은 아내와 함께 10㎞와 5㎞ 코스를 뛰었다. 교사 루이스 쿠트롤라키스(28·캐나다)는 “한국에 와 2년 전부터 마라톤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도 5㎞ 코스를 뛴 뒤 “힘든 상황에서도 대회가 잘 치러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모두가 처져 있는데 다 함께 아픈 시간을 이겨 내기 위해 힘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05-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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