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2002’와 K리그 올스타 5일 격돌
하늘색 셔츠의 오른쪽 가슴엔 대한축구협회의 엠블럼인 백호가 으르렁대고 있었다. 흰머리는 부쩍 많아졌고 주름살은 깊게 패었다. 뱃살도 볼록하게 나왔다. 하지만 마음은, 승부욕은, 유머는 2002년 그대로였다. “16강까지만 올려 달라.”는 쉬운 듯 어려운 주문을 받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낯선 한국 땅에서 월드컵의 새 역사를 쓴 게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어째 예전 같지 않죠?
거스 히딩크(가운데) ‘팀 2002’ 감독이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와의 대결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 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설기현(인천), 최태욱(서울), 안정환 K리그 명예 홍보팀장, 김남일(인천), 최성용 강원 2군 코치.
연합뉴스
거스 히딩크(가운데) ‘팀 2002’ 감독이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와의 대결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선수들과 훈련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 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설기현(인천), 최태욱(서울), 안정환 K리그 명예 홍보팀장, 김남일(인천), 최성용 강원 2군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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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포항 감독, 안정환 K리그 명예홍보팀장, 이운재(전남) 등 먼저 모인 15명의 ‘팀 2002’는 오후 4시부터 1시간가량 가볍게 몸을 풀며 서로의 기량을 점검했다. 현역들 부럽지 않은 강슛을 성공시킨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히딩크 감독에게 ‘폴짝’ 안기는 세리머니를 펼쳐 웃음을 선사했다.
선배들이 감상에 젖어 있는 반면 K리그 올스타는 선전포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동국(전북)은 “10분은 버틸 수 있으실지 모르겠다. 내일 비도 온다던데 발목이나 무릎 아픈 분들이 많이 나올 거다.”라며 웃었고 신태용 성남 감독도 “노인네들이 버티려면 물통을 차고 뛰어야 할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한편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2 월드컵 10주년 기념식’에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2002년 월드컵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들과 겪었던 비화를 털어놔 주목을 받았다. 그는 “조제프 블라터 현 FIFA 회장이 ‘2002년 한·일월드컵 때 MJ(정몽준)가 심판을 매수해서 (한국이) 4강까지 갔다’고 말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2-07-05 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