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 출범에서 좌초까지

조광래호 출범에서 좌초까지

입력 2011-12-08 00:00
수정 2011-12-08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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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57)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7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아 사령탑에서 물러나게 됐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놓고 물러난 허정무 현 인천 감독의 뒤를 이어 지난해 7월21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고 나서 1년4개월여만이다.

조광래 감독은 1970~1980년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린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은퇴 후에는 FC서울의 전신 안양 LG와 경남FC 사령탑 등을 지내며 유망주 발굴에 능한 지도자로 명성을 쌓았다.

이때문에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겨냥해 재도약을 준비하는 축구 대표팀의 ‘중장기 비전’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유기적인 움직임과 간결하고 세밀한 패스를 통한 중원을 장악, 빠른 공수전환 등을 내세운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 데뷔전인 지난해 8월 나이지리아전에서 2-1 승리로 산뜻하게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난해 9월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하고 한달 뒤 ‘숙적’ 일본과 득점없이 비긴 조광래호는 우승을 목표로 나섰던 올해 1월 아시안컵에서 3위에 그쳤다.

하지만 강한 압박과 세밀하고 빠른 패스 플레이를 앞세운 ‘조광래식 축구’의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선덜랜드), 손흥민(함부르크) 등의 성장을 확인하는 수확을 거뒀다.

조광래호가 잡음을 내기 시작한 것은 아시안컵 이후다.

조 감독이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을 대표팀 시험대에 올리면서 홍명보(42)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올림픽 대표팀과 차출 선수가 겹치는 문제로 부딪히는 모양새가 빚어졌다.

지난 5월에는 평가전을 앞두고 선수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조 감독이 협회 기술위원회를 두고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선발에 간섭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도 조 감독은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과 이영표가 은퇴한 대표팀을 이끌고 3월 온두라스전(4-0승)과 6월 가나·세르비아와의 친선경기(이상 2-1 승)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대표팀의 고공비행은 지난 8월 일본과의 원정 친선전 0-3 완패로 순식간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박지성과 이영표의 마땅한 대체자를 찾지 못하고 이청용(볼턴)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긴 했지만 해외파 등 핵심멤버 대부분이 나섰음에도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대패를 당하자 팬들의 실망감이 커졌다.

9월부터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레이스에 들어간 조광래호는 1차전 레바논을 상대로 6-0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했으나 쿠웨이트와의 2차전 원정에서 1-1로 비겨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10월 7일 폴란드와의 친선 경기 때도 아쉽게 2-2 무승부에 그쳤고 나흘 뒤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예선 3차전은 2-1로 이겼지만 경기내용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소속팀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지 못한 영향으로 최근의 A매치에서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해외파 선수들을 주전으로 기용하는 등 무리하게 해외파에 의존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대표팀 코치진에게 ‘당분간 차출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등 잡음 속에 중동 원정에 나섰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지난달 12일 UAE와의 3차예선 4차전에서는 2-0으로 승리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빠진 미드필더 기성용(셀틱)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등 엇박자 조직력을 노출했다.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할 기회였던 지난달 16일 레바논과의 5차전에서 전술과 경기력에서 모두 밀리며 1-2로 패하자 비난 여론이 쏟아졌고 결국 조 감독은 최종예선을 마치기도 전에 해임 통보를 받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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