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 이동하는 것같이 일상생활의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뇌는 젊게 유지될 뿐만 아니라 행복감을 높여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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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행복, 죽음은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입니다. 특히 ‘행복’은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추구하는 삶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자기개발서나 심리학 책, 동영상, 강의들이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자신이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막연한 개념들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실현방법도 좀더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마이애미대 심리학과, 컬럼비아대 의대, 뉴욕대 심리학과, 신경과학센터 공동연구팀은 새롭고 다양한 경험이 뇌를 젊게 유지해 줄 뿐만 아니라 행복감도 높여 준다고 20일 밝혔습니다. 이런 연구결과는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19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뉴욕과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18~31세의 건강한 성인남녀 132명을 대상으로 3~4개월 동안 출퇴근을 할 때, 식료품점이나 약국, 식사장소를 갈 때나 운동을 할 때 되도록이면 평소 이용하던 길과 다른 경로를 선택해 이동하도록 했습니다. 연구팀은 GPS 추적을 통해 새로운 길을 선택해 이동하는지를 확인하고 실험대상자들이 자신의 감정적 상태를 문자메시지로 보고하도록 하는 한편 주기적으로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로 뇌 활성화 부위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경로를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흥분된다’, ‘재미있다’ 등의 감정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평소 같은 경로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지루하다’, ‘우울하다’ 등의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실제로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은 fMRI 측정에서도 장기기억과 공간개념, 감정적 행동을 조절하는 해마와 행복감을 느끼는 뇌부위들이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됐다고 합니다.
캐서린 하틀리 뉴욕대 교수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감정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경험하지 못한 다양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함으로써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 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새롭고 다양한 도전의 대명사는 낯선 세계로의 여행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요즘은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도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은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와 인류가 코로나19를 완전히 정복하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입니다.
행복이라고 하면 먼 나라로 여행을 하거나 복권 당첨처럼 거창한 일들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는 일상을 뒤흔들 정도의 큰 변화가 아닌 타인이 보기에 ‘애걔’라고 할 정도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이고 행복한 감정상태를 만들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평소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아니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못했던 아주 사소한 일을 찾아 변화를 줘 보는 것은 어떨까요. 행복도 작은 발걸음으로 시작되는 것입니다.
edmondy@seoul.co.kr
2020-05-21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