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400도 달하는 초고온이 불덩어리 속 얼음 만들어

수성 400도 달하는 초고온이 불덩어리 속 얼음 만들어

강경민 기자
입력 2020-03-16 13:32
수정 2020-03-1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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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기(OH)로 물분자 형성 -200도 극지 충돌구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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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한 화성 사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한 화성 사진.
태양계 가장 안쪽에 있는 수성은 낮 기온이 섭씨 400도까지 오르는 뜨거운 행성이지만 극지에 얼음을 갖고 있다.

믿기 어려운 이런 얼음의 존재는 지상 레이더에 처음 신호가 잡힌 뒤 지난 2011년 미국의 두 번째 수성 탐사선 ‘메신저’(MESSENGER)호가 궤도를 돌며 포착한 이미지와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태양에 가장 가까워 불덩어리 같은 수성에 얼음이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미국의 한 연구진이 수성의 얼음을 불가능하게 할 것 같은 초고온이 오히려 극지의 얼음 공장을 만들어냈다는 역설적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조지아공과대학(조지아텍)에 따르면 이 대학 화학·생화학과 토마스 올랜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수성 표면 토양의 광물에 함유된 ‘수산기’(OH)와 수성의 고온으로 극지 얼음 형성의 메커니즘을 설명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천체물리학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했다.

수소와 산소로 이뤄진 수산기는 태양풍에 실려 오는 하전입자인 양성자에 의해 발생한다.

지구는 자기장이 강해 양성자를 비롯한 태양풍의 고에너지 입자를 우주로 되치지만 수성은 자기장이 지구의 1%밖에 안 돼 태양풍 입자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런 하전입자 중 양성자가 수성 표면의 토양 10㎚(나노미터) 깊이에 스며들어 광물에 수산기를 형성하게 된다.

이 수산기가 수성의 초고온 상태에서 풀려나 서로 충돌하며 물 분자(H₂O)와 수소를 만들어 행성 표면을 떠돌게 만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형성된 물 분자 중 일부는 태양 빛에 다시 분해되거나 공중으로 높이 날아가지만, 나머지는 태양 빛이 전혀 들지 않는 극지방의 운석 충돌구로 가라앉게 된다.

이곳은 영하 200도로, 낮 시간에 400도에 달하는 열을 전달할 대기가 없어 어둠 속의 얼음은 영원히 남게 된다.

연구팀은 “‘호텔 캘리포니아’ 가사와 조금 비슷하다”면서 “물 분자는 어둠 속으로 체크인을 할 수 있지만 절대로 떠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얼음의 총량은 지난 300만년 간 약 110억t으로 수성 전체 얼음의 약 1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논문 제1저자인 조지아텍 연구원 브란트 존스는 “수성의 물 중 상당 부분은 소행성의 충돌로 전달됐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이 소행성의 물은 어디서 왔느냐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데, 이번에 밝혀진 것과 같은 화학 과정이 물을 만들게 도왔을 수 있다”고 했다.

책임저자인 올랜도 교수는 “행성이나 달과의 충돌만으로도 물을 만들 수 있어 혜성이나 소행성이 물을 반드시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면서 “수성과 달에는 늘 작은 운석이 떨어져 왔으며, 따라서 이런 과정이 항상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랜도 교수 연구팀은 인류의 달 상주에 대비해 이번과 비슷한 화학 과정을 통해 달에서도 물을 만드는 시스템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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