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집단 발생에 병원감염 우려 증폭

’슈퍼박테리아’ 집단 발생에 병원감염 우려 증폭

입력 2013-08-05 00:00
업데이트 2013-08-0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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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병원감염 관리 인프라 없어”…면역력 약한 환자 감염 위험보건당국 “최근 CRE 사례, 장내 세균으로 보유했을 뿐 감염은 안돼”

세계적으로 프랑스 외에는 보고된 적 없던 ‘슈퍼박테리아’가 국내에서 집단으로 발견된 사례를 계기로 병원감염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다제내성균(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세균)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병원 내 미흡한 감염관리로 자칫 면역력이 약한 중환자가 감염됐다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다.

보건복지부 양병국 공공보건정책관은 5일 기자들과 만나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문제와 과도한 병실 정원 등 때문에 국내 병원감염이 심각한 편”이라고 말했다.

◇ 미국 보건당국 “CRE, 악몽의 박테리아”

이번에 13개 병원의 환자 63명에서 분리된 카바페넴 내성 장내 세균(CRE) OXA-232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CRE 유형이다. 해외에서도 프랑스에서 한 차례 보고가 있었을 뿐이다.

CRE는 콜리스틴과 티거사이클린을 제외한 대부분 항생제가 듣지 않아 다제내성균으로 분류된다.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슈퍼박테리아라는 용어는 원래 모든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을 지칭했으나, 최근에는 CRE, 반코마이신 내성 포도알균(VRSA) 등 다제내성균까지 아울러 쓰이는 추세다.

보통의 성인은 OXA-232를 포함한 CRE에 노출되더라도 대부분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증질환이나 수술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가 이 균에 감염되면 항생제가 듣지 않아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지난 3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CRE를 ‘악몽의 박테리아’라고 칭하고 “강력한 항생제도 효력이 없어 치료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CDC에 따르면 병원에서 CRE에 감염된 환자의 약 50%가 사망한다. 당시 외신은 매년 CRE 감염으로 미국에서만 9만9천명이 숨진다고 보도했다.

◇ 복지부 “CRE 검출된 60여명, 내성균 보유했을 뿐 감염은 안 돼”

보건당국은 그러나 이번에 CRE 균이 분리된 환자들은 균에 감염된 것이 아니라 장내에 보유한 상태여서 CRE로 위험에 빠지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균이 피부 속이나 혈액, 림프절 등에 침범한 게 아니라 다른 장내 세균과 같이 장 속에 존재했을 뿐이어서 감염자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에 분리된 OXA-232형 내성균은 모두 한 명의 환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전파자로 추정되는 인도 방문자와 같은 병실에서 치료를 받는 등 역학적으로 연관이 있고, 분리된 OXA-232형 63건은 유전자형도 90% 이상 일치했다.

OXA-232형은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다른 CRE 유형 중 일부는 국내에서도 연간 수백건씩 발생하고 있다.

최근 보건당국의 병원감염감시 결과에 따르면 매년 환자 600∼700명에서 CRE가 분리, 보고된다.

◇ “의료감염, 미국·독일의 2배 넘어”

슈퍼박테리아 발견를 우려하는 배경에는 국내의 심각한 의료감염 실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10∼2011년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병원감염감시자료를 보면 중환자실 환자의 혈류감염(혈액 감염)은 입원기간 또는 의료기구장착기간 1천일(日) 당 3.27건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이 수치가 1.7건, 독일은 1.26건으로 우리의 절반 수준이다.

요도나 방광으로 감염되는 요로감염은 1천일 당 4.8건으로 미국(2.3건)과 독일(1.97건)의 2배가 넘는다.

의료감염은 이미 다른 질환으로 건강과 체력이 손상된 환자에게 발생하므로 사망률을 크게 높인다.

의료감염을 치료하느라 입원기간과 병원비 부담도 많이 늘어난다. 의료감염이 발생하면 입원일이 평균 12일 늘고 병원비 부담도 65만∼636만원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국내 병원감염이 심각한 이유는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는 병원이 많고, 5∼6인용 병실이 많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환자격리 등 감염관리에 들어가는 추가비용이 건강보험 진료비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아 병원들이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양 정책관은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인 의료감염 감시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전체 발생 현황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양 정책관은 “의료진의 노력으로 병원감염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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