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있는 판사·人文 아는 과학자 키운다

철학있는 판사·人文 아는 과학자 키운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6-03-17 23:08
수정 2016-03-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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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역량강화’ 대학 선정

중남미 시장 겨냥 전공 ‘EML’ 등 언어·영어·경영·철학과 손잡아

고려대는 ‘인문학과 정의’, ‘라틴아메리카 지역학사’(EML), ‘과학기술학’ 등 3개의 인문학 융합 전공과목을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인문학과 정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법조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철학과 등 인문학과와 법학대학이 함께 만들었다. 2014년 개설돼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전공인 ‘EML’의 경우 언어학과, 영어학과, 경영학과가 손을 잡았다. ‘과학기술학’에는 인문학과와 자연과학 계열 학과들이 참여했다. 3개 전공에 참여한 학과는 모두 18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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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는 내년에는 ‘인문학과 문화산업’, ‘아시아지역학사’(GLEAC), ‘언어 인지 컴퓨터학사’(LB&C) 등 3개 전공과목을 개설한다. 2년 뒤에는 2개 과목을 더 만든다. 참여 학과 수는 23개 학과에서 30개 학과로 늘어난다.

이재훈 고려대 문과대학장은 “기존 인문학의 한계를 넘도록 다른 학과와 융합한 인문학 전공을 연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사회 수요에 맞춰 개설한 전공을 공부한 인문학과 학생들의 취업이 늘고, 이공계 학생들의 인문학 소양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문학 분야에 대한 최초의 재정 지원 프로그램인 ‘인문학 역량 강화’(코어) 사업이 17일 대상 학교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최은옥 교육부 학술장학관은 “대학들이 저마다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하고 백화점식으로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대학들이 인문학을 특성화하거나 재편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선정된 대학은 ▲글로벌지역학 ▲인문 기반 융합 ▲기초학문 심화 ▲기초교양대학 등으로 특화된 인문학 교육을 한다.

글로벌지역학은 기존 어문학과들이 해당 국가의 언어만 배우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대한 교육을 3분의1 이상 하도록 한다. 예컨대 부산외국어대는 전공 관련 지역학 연구소(3곳)를 바탕으로 문화권 간 소통 능력과 인문 기반 융합 지식을 갖춘 특수 지역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어학만 잘하는 인재가 아닌 해당 국가의 지역 전문가를 기르겠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역시 중국문화연구소와 프랑스어권지역문화연구소, 독일어권문화연구소 등 지역 특화 연구소를 신설해 해당 지역학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해당 지역 언어 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 1학기 동안 해외 대학에서 공부하고 교수가 인솔하는 국제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지 학습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인문 기반 융합 모델에 선정된 가톨릭대는 인문학을 기반으로 경영학과 융합된 특화 과목으로 구성된 ‘G-휴머니지’ 전공을 개설한다. 졸업자에게는 글로벌 인문경영학사가 수여된다. 가톨릭대는 이와 함께 학교가 자체적으로 한국의 문화산업을 이끌어 갈 문화스토리텔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모델도 제시했다.

고려대와 함께 37억원을 지원받는 서울대는 기초학문 심화와 함께 대학 자체 모델에 선정됐다. 자체 인문학 모델 가운데 하나인 ‘동아시아 비교인문학’은 한·중·일의 문화를 통합해 가르친다. ‘고전문헌학’은 라틴어, 한자어, 그리스어를 비교 분석하는 인문학이다. ‘인문데이터 과학’은 각종 인문학 관련 자료를 다루는 방법 등을 가르친다. 신효필 서울대 교무부학장은 “서울대는 학문 후속 세대를 기르는 쪽으로 특화됐다”며 “석·박사 과정을 통해 심화한 인문학 전문가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03-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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