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후 방치 전국 중학교 교실…방도는 없나

기말고사 후 방치 전국 중학교 교실…방도는 없나

입력 2013-12-18 00:00
수정 2013-12-1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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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형식적인 등교를 하는 고등학교 3학년 만큼이나 전국 중학교 1,2,3학년 학생들이 기말고사 이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11월중 기말고사가 끝나면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겨울방학까지 거의 한 달을 사실상 시간만 때우는 일이 허다해 직업체험 프로그램 등 대책이 시급하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외투를 입은 채 보충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외투를 입은 채 보충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영화 보고, 낮잠 자고’ = 서울 양천구 A중학교 3년생 김모(16)군은 지난 11월 초 기말고사를 마친 뒤 허송세월하고 있다.

이따금 학교에서 마련한 영화나 무용, 연극 관람을 하는 것 외에는 통상 교실에서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등 비디오를 보거나,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게 일과의 대부분.

간혹 고교 교육과정을 미리 짚어주려는 선생님도 있지만 학생들은 졸거나 모바일 기기를 만지작댄다.

이같은 현상은 경기도 수원 B중학교도 마찬가지. 이 학교 2학년 학생 이모(16)양은 지난달 기말고사 이후 “아침에 등교하면 ‘언제 집에 가지’ 생각부터 하며 온종일 시계만 본다”고 말했다.

안양 C중학교도 학생들은 대부분 잠을 자거나 휴대폰 SNS로 선생님 모르게 수다를 떤다.

현장체험학습을 떠난 대전 C중학교의 한 학생은 “말로만 현장학습을 떠났을 뿐 대부분 등교를 않거나 학교에 잠시 나와 눈도장만 찍고 집에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선생님들도 기말고사 이후 학생들 통제하는걸 어려워 하신다”고도 덧붙였다.

◇ 주5일제 수업으로 ‘늦어진 겨울방학’= 학생들이 허송세월을 보내게 된 데는 주5일제 수업 실시로 늦춰진 겨울방학의 영향이 크다.

교과별 최소이수시간을 맞추기 위해 각 학교가 겨울방학을 1주 이상 늦추기 시작하면서 기말고사 이후~ 겨울방학까지 기간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학교는 3학년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1,2학년보다 기말고사를 앞당겨 치르게 하기도 하면서 3학년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은 기말고사 이후 20일 이상 허공에 뜨게 됐다.

별도 프로그램은 부족하고, 고교 선행학습 등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학생들의 집중도가 낮고 반발이 커 학교로서는 ‘자율 시간’ 혹은 ‘영화보는 시간’으로 학생들을 방치하고 있다.

학기말 교사들이 고교 입시를 포함해 각종 보고서 업무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점도 학생들이 2학기 기말고사 이후 방치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아까운 한달’ 교육청 차원 대책 ‘절실’ = 아직까지는 일선 도와 시군 교육청들이 학교특색에 맞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는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특히 시도교육청이 단축수업과 편법 출결처리 등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어 학생들이 학교에는 남아 있지만 할일 없이 교실 안에 남아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보이는 ‘정해진 수업일수’에 연연하기 보다는 각 시·도 교육청 차원의 유연하고 창의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본 중3 교실에 한해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급 학교에 안내하고 있다.

예체능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D중학교는 3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학예대회를 열어 그 준비과정으로 수업을 대신하고 있다.

이 학교 3학년 김모(16)군은 학교에서 마련한 학예대회에 참여하기 친구들과 댄스팀을 구성해 매일 학교에서 춤연습에 매진한다.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연계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김군은 “그간 학교시험 등 때문에 숨겨놨던 끼를 발산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다.

한 교육관계자는 “계속되는 입시에 시달려 ‘꿈 꿀 시간’도 없는 학생들이 매학기말 약 한달의 시간이라도 흥미와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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