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 중대본 회의 주재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안동시 경상북도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1.2.24 연합뉴스
정 총리의 ‘깜짝 발표’는 주로 인터뷰를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차기 대권 행보를 겨냥한 듯 최근 들어 그 빈도가 더 잦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20일 “(다국가 백신 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와 계약한 1000만명분 중 초도 물량이 2월 초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입니다. 질병청은 당일 브리핑에서 “최종적으로 한국에 공급되는 물량과 시기, 종류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한 국가의 총리가 한 말이건만 발언 반나절 만에 상반된 메시지가 나온 것입니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어떤 백신을 접종할지를 두고도 혼선이 생겼습니다. 정 총리는 23일 한 방송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5세 이상에 대한 효과성 검증이 조금 덜 돼 (효과성을) 확인 후 접종하는 것으로 돼 있고, 그 사이 3월 말~4월 초 화이자 백신이 들어온다”며 “고령층엔 화이자 백신을 먼저 접종하는 것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애초 질병청은 3월 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추가 임상 결과를 받아 보고 65세 이상 접종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는데, 총리가 ‘65세 이상이 맞게 될 백신은 화이자’라고 못 박아 버린 것이죠. 질병청은 “임상 결과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든 화이자·모더나 등 추후 들어오는 백신이든 추가 논의를 거쳐 고령자에 대한 접종 백신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해명에 진땀을 빼야 했습니다. 가뜩이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임상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총리가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처음 출하된 24일에는 ‘정확한 출하 물량을 알려 달라’는 기자들의 문의가 줄을 이었습니다. 줄곧 75만명분이 공급된다고 발표해 오다가 정 총리가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78만 5000명분”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죠. 질병청은 뒤늦게 “식품의약품안전처 출하 승인으로 물량이 3만 5000명분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는 정 총리의 말이 맞았지만 질병청이 수습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혼란이 가중됐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우리도 백신 정보를 갖고 있지만 알리지 않는다”며 “국민 생명과 직결된 정보는 정확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질병청 ‘원보이스’로 정보를 전달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총리가 중대본부장을 맡은 지 딱 1년째 되는 이날 새겨들어야 할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