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라면 누릴 수 있는 권리, 왜 동성 부부는 제외인가요?

부부라면 누릴 수 있는 권리, 왜 동성 부부는 제외인가요?

오세진 기자
입력 2021-02-18 15:26
수정 2021-02-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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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부부인 소성욱(왼쪽 세 번째)·김용민(네 번째)씨와 이들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김씨의 ‘배우자’ 자격으로 소씨가 취득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행정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동성 부부인 소성욱(왼쪽 세 번째)·김용민(네 번째)씨와 이들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김씨의 ‘배우자’ 자격으로 소씨가 취득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행정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피부양자 자격이 ‘동성’ 배우자라는 이유로 취소된 일에 대해 한 동성 부부가 부당한 처분이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동성 이유로 피부양자 등록 못해…건보 상대 소송김용민(31)·소성욱(30)씨 부부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법률대리인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와 같은 동성 부부의 삶도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소송으로서 우리 권리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2013년 1월에 만나 2017년부터 함께 생활한 두 사람은 2019년 5월 결혼했다. 소씨는 “우리는 부부이고 가족이다. 함께 장을 보고, 반찬을 함께 만들고, 밥을 같이 먹는다. 남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고, 김씨는 “피부양자 등록은 부부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배우자가 생계를 책임지면 다른 배우자는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배우자와 부모, 조부모 등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직장가입자인 김씨는 공단으로부터 지난해 2월 11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도 피부양자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공단에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지역가입자였던 소씨는 같은 달 26일 김씨의 배우자 자격으로 피부양자로 등록됐다.

“사실혼·근친혼 관계도 인정하면서···”그런데 이 일이 지난해 10월 말 언론에 보도된 직후 공단은 김씨에게 연락해 ‘실무자의 실수가 있었다’면서 소씨의 피부양자 등록을 취소했다. 이후에는 지난 8개월 동안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내지 않은 소씨에게 지역가입자 건보료 부과 처분을 했다.

공단 관계자는 “현행 법체계가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피부양자 인정요건에 해당하는 배우자도 ‘이성’ 배우자를 가리킨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률대리인단 단장을 맡은 조숙현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우리 법원은 중혼적 사실혼이나 근친혼 등 민법상 혼인으로 인정되지 않는 관계일지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사실혼 배우자로서의 보호를 인정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혼인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동성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한 것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저는 결혼을 하기 전부터도 ‘우리 둘은 가족이니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아플 때 서로 돌봐주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해주며, 서로의 삶에 깊숙히 스며들어있는 우리가 가족이 아니라면 그 어떤 관계가 가족이라는 걸까요? 우리 부부는 다른 부부처럼 똑같은 부부이고, 다른 가족처럼 똑같은 가족입니다.”

글·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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