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문에 못 이겨 거짓 자백…‘낙동강변 살인’ 31년 만에 무죄

경찰 고문에 못 이겨 거짓 자백…‘낙동강변 살인’ 31년 만에 무죄

김정한 기자
입력 2021-02-04 22:34
수정 2021-02-0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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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납치·살상했다는 누명 썼던 2명
억울함 호소했지만 끝내 21년간 복역
文대통령, 과거 변호 맡아 주목받기도
재심 재판부 “가혹행위 이후 진술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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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문에 못 이겨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누명을 쓴 채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인철(왼쪽)씨와 장동익씨가 4일 31년만에 재심이 열린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대화하고 있다. 부산 뉴스1
경찰 고문에 못 이겨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누명을 쓴 채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인철(왼쪽)씨와 장동익씨가 4일 31년만에 재심이 열린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대화하고 있다.
부산 뉴스1
살인죄 누명을 쓴 채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른바 ‘낙동강변 살인 사건’ 피해자들이 3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당시 고문한 경관 등의 공개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부장 곽병수)는 4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한 최인철(60), 장동익(63)씨가 낸 재심청구 선고 재판에서 강도살인 혐의 등에 대해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또 최씨의 공무원 사칭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6개월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찰이 영장 없이 이들을 불법으로 체포했고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 당시 함께 수감된 사람들의 진술, 고문과 가혹행위로 이뤄진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무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무죄 선고 뒤 최씨는 “누명을 벗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쁘다”면서도 고문 경찰관에 대해 “그런 사람을 어떻게 용서하겠느냐. 그 사람들은 악마다. 절대 용서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장씨도 “저와 같은 사람이 더 있어선 안 된다. 100명의 진범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낙동강변 살인 사건은 1990년 1월 4일 낙동강변에서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으로 당시 미궁에 빠졌다. 사건 발생 1년 10개월여 뒤 경찰은 최씨와 장씨를 살인 용의자로 검거했다. 이들은 검찰에서도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했다며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최씨 등은 법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간 복역한 끝에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최씨 등은 2017년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사건 관할이 부산고법에 있다는 이유로 사건이 2018년 1월 고법으로 이송됐다. 이후 부산고법은 6차례의 심문을 벌여 지난해 1월 재심 결정을 내렸다. 2019년 4월 대검 과거사위원회가 고문 등으로 범인이 조작됐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재심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변호사 시절 변호인을 맡아 주목받기도 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2021-02-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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