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27일 A(28)씨 준강간 혐의 사건에서 검사와 피고인 항소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의사인 A씨는 지난해 여름 새벽 시간대 술에 크게 취한 상태로 길가에 앉아서 몸을 가누지 못하던 20대 여성에게 “괜찮냐”며 접근했다. 이어 조금 떨어진 호텔까지 함께 택시를 타고 가 객실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직업이 의사여서 걱정이 앞서 다가가 얘기하던 중 성관계에 합의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대전고법 “합의했다고 선처? 이유 없다”앞서 대전지법 형사11부(김용찬 부장판사)는 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만취한 피해자가 피고인 인적사항도 모르는 상황에서 관계에 동의했다는 건 정상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죄의식 없이 외려 계속해 범행을 합리화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또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한 피고인에 대해 2심 재판부 역시 선처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기관과 원심에서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며 극렬히 범행을 부인하다 원심에서 실형을 받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곧바로 죄를 인정했다”며 “피해자와 추가로 합의했으나, 감형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합의한 사안을 1심에서 이미 형량 감경 요소로 반영한 만큼 항소심에서 특별히 더 유리하게 판단할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