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무너지기 직전 차량 진입 막은 주민.
평창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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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8분쯤 진부면 하진부리 시가지와 송정리를 잇는 송정교(길이 150m·폭 8m)가 급격히 불어난 강물에 유실됐다.
다리 유실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 천운이 아니라 송정교 유실 직전 다리 근처에서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비바람 속을 나섰던 지역주민 덕분이었다는 사실이 CCTV 확인 결과 드러났다.
평창군이 공개한 CCTV를 보면 이 주민은 오전 7시 28분 25초쯤 다리 건너편에서 승용차가 진입하자 황급히 뛰쳐나갔다.
이 주민은 손사래를 치듯 손을 좌우로 흔들고, 차량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뒤로 물러나라고 손짓했다.
다리를 절반가량 건너오던 차량 운전자는 다행히 주민의 손짓을 알아듣고는 비상등을 켜고 급히 후진했다.
주민은 차량이 후진하는 중에도 계속해서 물러나라는 손짓을 보냈고, 뒤따라 송정교로 진입하려던 다른 차들에도 손을 가로저으며 진입을 필사적으로 말렸다.
주민이 다급하게 온갖 손짓으로 차량 진입을 막은 지 30초가 지난 7시 28분 55초쯤 다리 일부가 폭삭 주저앉았다.
강원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 송정교 유실.
강원 평창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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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박씨와 함께 차량 통제에 나섰던 홍준균(48) 송정4리 이장은 “7시쯤 박씨로부터 ‘큰일났다. 다리가 이상하다,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위험할 것 같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주민 박씨는 다리가 살짝 내려앉는 모습을 목격했고 이에 오전 7시부터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나섰는데, 혼자 힘으로 역부족인 걸 깨닫고 홍 이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홍 이장을 비롯한 인근 주민들까지 합세해 “피하세요”, “오지 마세요”, “돌아가세요”라며 소리쳤으나 쏟아지는 빗소리와 강물 소리 등에 묻혀 통제가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차량 통행을 말린 덕에 극적으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태풍에 일부 유실된 평창 송정교
3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 송정교가 제9호 태풍 ‘마이삭’에 불어난 강물로 일부 유실돼 있다. 2020.9.3
독자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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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이장은 “출근 시간대였던 데다가 다리 인근에 주거지가 밀집해 있어 박씨가 다리 균열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라며 “박씨가 정말 많이 고생했다”고 말했다.
평창군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진부면 지역에는 225㎜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1989년 지어진 송정교가 유실되고, 1981년 만들어진 동산교(길이 66m·폭 5m)가 내려앉는 피해가 났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