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논문 표절·중복게재 의혹 제기돼
학교 측 “안건 접수되면 정당성 가릴 것”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서울대는 배 교수가 이달 초 제출한 사직서를 지난 9일 수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대학 관계자는 “배 교수가 학교 등 주변에 도의적 미안함을 느껴 사직서를 낸다고 했다”면서 “논문 표절 의혹을 100% 인정하는 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배 교수의 표절 의혹은 페이스북 그룹 ‘신학서적 표절반대’의 운영자인 이성하 원주 가현침례교회 목사와 저작권 에이전시 ‘알맹2’의 맹호성 이사 등이 지난달 초에 제기했다.
이들은 배 전 교수의 유일한 단독저작 연구서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2001년, 가톨릭출판사)의 서론, 장별해제, 본문 해설 각주 등 주요 부분이 영어권의 선행연구를 담은 주석서나 해설서와 대부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저서뿐만 아니라 논문들에서도 표절·중복게재 의혹이 제기됐다. 예컨대 배 전 교수의 논문 중 2006년에 낸 ‘죽는 것도 이득이다 -- 바울의 죽음관’은 논제와 고전 인용 구절 등 주요 부분이 1975년에 영어권의 다른 학자가 쓴 선행연구 논문과 일치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혹을 제기한 이 목사는 “표절은 교육자와 학자의 자격에 관한 문제”라며 “만약 연구 업적 자체가 표절이라면 교수로 임용되고 승진되는 모든 과정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가 배 전 교수의 사표를 수리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표절 사실이 확인되면 징계당할 수 있어 미리 사직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측은 “이 목사 등이 페이스북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을 뿐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안건으로 접수하지는 않았다”면서 “향후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거나 정식 안건으로 접수되면 표절 여부를 조사해 사직의 정당성도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9-01-14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