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추락하나…한진사태·해운동맹 재편 등 변수에 위기 고조

부산항 추락하나…한진사태·해운동맹 재편 등 변수에 위기 고조

입력 2016-11-20 11:05
업데이트 2016-11-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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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이후 거침없이 고속성장을 해온 부산항이 한진해운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진 상태에서 해운동맹 재편,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등의 변수에 맞닥뜨려 추락을 걱정하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우려했던 환적화물의 대량 이탈이 현실화한 데다 앞으로 그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해 올해 부산항의 물동량은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노선을 SM그룹이 인수하면서 현대상선을 세계 5위권의 대형 국적선사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해운산업 후속 대책도 어그러지게 됐다.

현대상선을 키우지 못하면 글로벌 선사들의 해운동맹 재편 과정에서 부산항을 환적거점항으로 이용하자고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

세계 1,2위인 머스크와 MSC의 해운동맹인 2M 가입을 추진하는 현대상선의 입지도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청산과정을 밟는 한진해운을 대신할 국적선사가 없으면 부산항의 환적화물 감소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진해운이 부산항에서 처리한 환적화물은 지난해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104만개로 전체의 10%를 차지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9월에 한진해운의 환적화물은 무려 70% 줄었다.

그 여파로 부산항 전체 환적화물은 4.7%나 감소했다.

부산항의 1~8월 환적 물동량은 지난해 대비 2.4% 감소했지만 9월에는 4.7%나 줄어 물동량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올해 1만개 이상 물동량 발생이 예상된 20여개 주요 항만 사이의 환적 노선을 조사해보니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한 9월 한달 동안 대부분 노선에서 환적 물동량이 급감하거나 거의 모두 사라졌다.

중국 다롄과 롱비치항 사이의 환적 물동량은 1~8월 평균치보다 56.7%, 베트남 호찌민과 롱비치 사이 물동량은 72.3%, 뉴욕과 중국 톈진 사이 물동량은 74.2% 각각 줄었다.

한진해운의 주요 환적노선 가운데 물동량이 90% 이상 줄어 사실상 모두 사라진 거나 다름없는 노선도 8개에 달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처럼 급감하거나 사라진 환적화물이 부산항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해운물류정보분석업체인 덴마크 씨인텔의 최고경영자 앨런 머피씨와 영국 드루어리의 팀 파워 해운물류본부장은 최근 부산항만공사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한진해운이 사라지면 북중국의 화물이 부산항에서 환적하는 대신 현지 항만에서 목적지로 곧바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진해운 사태 이후 북중국, 동남아지역의 환적화물이 대거 이탈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새로운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의 출범도 부산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부산항공사는 보고 있다.

현재 2M(머스크, MSC), G6(현대상선, 하파그로이드, MOL, NYK,OOCL,NOL), 오션3(CMA·CGM, 차이나시핑, UASC), CKYHE(코스코,K-라인,양밍,한진해운,에버그린) 등 4개에서 2M(머스크, MSC), 오션(코스코, CMA·CGM, 에버그린, OOCL), 디얼라이언스 등 3개로 재편된다. 현대상선은 2M 가입을 추진 중이다.

더 많은 선사가 더 많은 배를 가지고 뭉치는 셈이다.

이는 해운동맹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서비스 노선을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부산을 환적 거점항으로 삼는 대신 북중국에서 미주나 유럽으로 직항하는 노선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환적화물의 30% 이상을 북중국에 의존하는 부산항으로서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부산항 환적화물 이탈은 50만개에 그치지 않는다.

부산항을 세계 2위의 환적 거점항으로 키워 관련 산업 발전을 이끌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수포가 될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개발원은 부산항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환적화물을 유치하려면 선사들의 비용을 줄여주는 인센티브 제공, 마케팅 강화 등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떠나려는 선사들을 붙잡으려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실속 없는 항만’이 된다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부산항만공사가 선사들의 비용을 줄여주려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인 환적화물의 터미널 간 이동(ITT) 효율화 대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항만공사는 현재 선사들이 부담하는 ITT 비용을 전액 공사가 지원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항만 대상으로 해도 연간 180억원이 들고 북항까지 확대하면 더 늘어난다.

내년에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물동량을 늘리는 선사에 지급하는 볼륨인센티브 등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저 수준인 부산항의 하역료도 내년에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이 주로 이용하던 신항의 한진터미널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물량이 60% 이상 줄어 고사위기로 내몰리자 하역료를 대폭 내려서라도 물량 확보에 나설 태세이다.

한진터미널이 낮은 하역료로 새로운 해운동맹과 계약하면 그 여파는 다른 터미널에도 미쳐 연쇄적인 하역료 인하가 우려된다.

그래서 엄청난 국민 세금으로 만든 항만이 점점 실속 없는 껍데기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에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당선된 것도 부산항으로는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정책을 편다면 당장 우리 기업들의 수출과 수입이 줄고, 중국과 통상마찰이 심해지면 환적화물도 감소가 예상된다.

해양수산개발원은 부산항의 수출입화물과 환적화물이 연간 12만4천500~25만4천500여개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물동량 감소는 부산항에만 그치지 않고 중국 등 다른 나라 항만에서도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항만 간 물량 유치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부산항으로서는 더 많은 돈을 선사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물동량 감소는 터미널뿐만 아니라 각종 항만서비스업, 화물주선업, 육상운송업 등 연관산업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끼쳐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지고 우리 경제의 화복을 더욱 어렵게 한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20일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가 터졌을 당시 부산항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걱정했는데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물동량 감소를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경쟁력강화협의회 회장인 이재균 전 국토해양부 차관은 “단순히 국내 항만 중 하나가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는 부산항이 위기에 처하면 국내 물류산업 전체가 흔들린다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항만공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서 효율적으로 항만을 운영하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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