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고2인데”…해고통보 한진해운 선원들 “참담하다”

“아이가 고2인데”…해고통보 한진해운 선원들 “참담하다”

입력 2016-11-10 15:30
업데이트 2016-11-10 15:3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아이 아빠는 어찌 되나요? 아이가 이제 고2인데 대학도 가야 하는데… ”

한진해운이 해상직원(선원) 600여명에게 일괄 해고를 통보한 10일 50대 선원의 부인이 이요한 노조 위원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의 일부이다.

이 부인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당장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고 묻고는 “아이도 아빠가 저리 되니 걱정이 되는지 ‘엄마, 아빠 어떻게 돼요’라고 물어보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위원장님도 힘들겠지만 아이 아빠 좀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하소연했다.

해고통보를 받은 선원들은 “비록 몸집을 줄여서라도 회생할 수 있을 거라는 마지막 한가닥 희망마저 사라졌다”며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사의 일원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거센 바다와 싸우며 묵묵히 최선을 다한 결과가 이런 것이냐”며 반문하면서 “한진해운이 수십년간 쌓아온 세계적인 브랜드와 네크워크 등을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의 배경이 무엇인지 꼭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답답한 마음에 노조 사무실에 잠시 들렀다는 한 선원은 잔뜩 찌푸린 끝에 빗줄기가 떨어지는 하늘을 보며 “마치 우리 신세 같다”며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50대 기관장 A씨는 “참담하고 슬픈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그동안 기대하고 희망했던 것들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선후배들과 함께 일하면서 즐거웠던 추억만 간직하고 이만 한진을 떠나려 한다”며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기회가 되면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일부 선원은 “아직 배가 남은 상태에서 일괄 해고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런 선원들을 모아서 노동부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한달 뒤면 해고가 확정돼 회사를 떠나야 하는 선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노조는 최대한 많은 선원이 다른 국적선사에 재취업하도록 지원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노사정 태스크포스를 통해 현대상선, SK해운 등 다른 국적 원양선사에 한진해운 선원들을 많이 고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현대상선이 앞으로 12~17척의 선박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고, SK해운은 내년에 신조선 10여척을 항로에 투입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600명이 넘는 선원이 모두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적선사가 제한돼 있고 외국선사들도 세계해운경기 침체로 선박을 늘리지 않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한 간부는 “선원들도 딱하지만 육상직 직원들은 앞날이 더 암담하다”고 걱정했다.

선원들은 자격증이 있어 다른 배라도 탈 수 있지만 아무런 자격이나 기술이 없는 육상 사무직들은 재취업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40대 이후 차장 이상 부장급들은 한창 자녀 교육비 등으로 돈이 많이 필요한 시기인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