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첫 트레이드 사기…승부조작 은폐 NC 처벌에 ‘촉각’

프로야구 첫 트레이드 사기…승부조작 은폐 NC 처벌에 ‘촉각’

입력 2016-11-07 15:49
수정 2016-11-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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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선수 ‘혐의 부인’…경찰 “범죄로 10억원 부당 이득”

프로 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이 선수나 감독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구단 차원의 은폐로 이어진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구단은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 혐의를 인지하고도 해당 사실을 숨긴 채 선수를 트레이드해 10억원의 이득까지 챙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7일 ‘특가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해 NC 다이노스 구단 단장과 운영본부장을 입건했다.

승부조작 사건에 구단이 개입된 첫 사례여서 처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체육계와 야구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뻔뻔한’ 트레이드…야구계가 속았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롯데 자이언츠 이성민(26) 선수는 2014년 7월 4일 열린 경기에서 1회초에 볼넷을 주는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현금 300만원과 100만원어치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NC 다이노스 소속이던 이 선수는 2014 시즌이 끝난 뒤 NC가 지정하는 ‘보호선수 20인’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트레이드 대상이 됐다.

구단 관계자들은 이 선수에 대해 ‘자질은 우수하나 야구에 대한 진지함이 없고 코치진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거짓 소문까지 흘렸다.

이어 신생구단이던 KT 위즈가 이 선수를 특별 지명했고 트레이드가 이뤄지면서 NC 구단은 10억원을 챙길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NC는 이 선수의 승부조작 사실을 KBO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자체적으로 이 선수의 거취를 결정한 것으로 경찰이 압수한 회의록에서 드러났다. ‘구단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NC는 또 다른 소속 선수 김모(27)씨의 승부조작이 미수에 그친 사실이 확인되자 이번에도 승부조작은 없었던 일로 묻어두고, 선수의 음주운전 핑계를 대며 구단에서 방출했다.

애초에 승부조작에 대한 자성의 의지는 없었던 셈이다.

◇ KBO의 대대적 자진신고 기간에도 구단은 ‘모르쇠’

2014년에 은폐했던 문제들이 약 2년이 지나 사법기관의 수사로 수면 위에 드러나게 됐으나 NC 구단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검찰이 승부조작 혐의로 NC 다이노스 이태양 선수를 불구속 기소하고, KIA 타이거즈 유창식 선수가 경찰에서 NC 다이노스 시절 승부조작 사실을 자수하자 KBO는 승부조작 선수를 자체 적발하기 위해 전수 조사에 나섰다. KBO와 한국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전국 각 구장에 자진신고 호소문을 내걸기까지 했다.

그러나 유창식 선수 외에 ‘자진납세’한 선수나 구단은 없었다.

7일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 수사결과를 경찰이 발표한 이 시점까지도 NC 구단 측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구단 관계자 2명과 전·현직 야구선수 7명, 브로커 2명, 불법도박에 가담한 일반인 10명 등 모두 21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이 선수의 승부조작 사실을 경찰 수사 전에 알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NC 구단 관계자간 스마트폰 메신저 대화도 공개했다. 이 대화에는 ‘통장내역 가지고 오라고 해서 확인하니 시인했던 것 같아’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 트레이드에 ‘사기’ 혐의…구단 처벌에 ‘촉각’

구단 간 선수 트레이드에 사기 혐의를 적용한 것은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초 사례다.

혐의가 사실로 최종 확정될 경우 관계자뿐만 아니라 구단 자체가 승부조작으로 징계를 받게 된다.

경찰은 이성민 선수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면서 NC 구단 단장 배모(47)씨와 운영본부장 김모(45)씨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로 얻은 이익이 10억원으로 큰 점, 고의성 등을 고려해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KBO는 고심에 빠졌다.

KBO 규약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이용행위’는 부정행위로 간주한다. 또, 구단은 부정행위 사실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총재에게 보고해야 한다. 보고의무를 위반하면 구단은 경고, 제재금 부과, 제명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구단이 부정행위를 인지하고도 숨긴 채 다른 구단에 선수계약을 양도한 경우 이적료와 이사비 등 비용을 배상해야 한다. 트레이드 방식으로 이적료가 없는 경우는 선수 연봉의 300%를 이적료로 본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7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일단은 경찰 수사결과 발표이고,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야 (처벌 수위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NC 구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구단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다른 어떤 것보다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클린 베이스볼’이라는 원칙이 훼손된 점에 대해 팬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경찰 수사 결과로 구단이 각성하고, 프로야구가 더 신뢰받는 스포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구단이 받는 의혹에 대해서는 추후 적절한 방법을 통해 소명하고 그 결과 역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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