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첫 성폭행 미수’ 사건, 1심 무죄 판결 뒤집히나

‘여성 첫 성폭행 미수’ 사건, 1심 무죄 판결 뒤집히나

입력 2016-11-03 11:15
업데이트 2016-11-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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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행방불명 1년여…결국 본인 없는 2심 재판 개시

지난해 여성 첫 성폭행 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무죄를 받은 전모(46)씨의 2심이 ‘전씨가 없는 상태’로 1년여 만에 열렸다.

가족과 연이 끊어진 채 홀로 살아온 지적장애인 전씨가 1심 판결로 석방된 후 사실상 행방불명 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1심 결과에서 받은 수모를 설욕하겠다고 벼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변호인은 피고인의 의견을 듣지 못한 채 그를 변호해야 한다.

결국 전씨 모르게 열리는 전씨의 2심 재판에서 1심의 무죄 판결이 뒤집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지적장애 여성이 유부남 강간 혐의…1심 배심원 9명 전원 ‘무죄’

서울고법 형사9부(황한식 부장판사)는 3일 전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전씨가 법정에 나오지 않은 점을 확인한 뒤 다음 재판을 내달 1일로 잡았다.

전씨의 국선변호인은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재판에도 전씨가 나오지 않으면 전씨 없이 실제 절차를 진행하는 ‘궐석 재판’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1년여 전 1심 판결이 끝난 직후 전씨를 한 차례 면담한 적이 있다”며 “이후 연락이 끊긴 뒤 현재까지 소식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이별을 요구하는 내연남을 집으로 불러 수면유도제를 먹이고 끈으로 손발을 묶어 강간하려다 실패한 혐의로 지난해 3월 구속기소 됐다.

그에겐 범행 시도 도중 내연남과 다투다가 그의 머리를 망치로 때려 다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전씨의 사건은 강간죄의 객체가 부녀에서 사람으로 바뀐 이후 처음으로 여성이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여론의 관심은 대대적으로 집중됐다. 특히 언론은 ‘수면제’, ‘노끈 결박’, ‘여성의 성행위 시도’ 등 선정성에 주목하며 이미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국민참여재판으로 3일간 진행된 1심은 마지막 날 새벽 3시까지 이어진 심리 끝에 전씨를 무죄로 판단했다.

배심원 9명은 전씨 혈흔에서 수면제가 발견된 점 등에서 스스로 수면제를 복용했다는 사실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고 전원 무죄 평결을 내렸다.

또 망치로 맞은 것치고는 내연남의 상처가 가벼우며, 현장에서 발견된 피는 오히려 전씨의 것이 더 많았다는 사실에 내연남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 새 주장 내놓는 검찰…본인 없이 방어할 수 있을까

1심 판결에 체면을 구긴 검찰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특히 검찰은 전씨가 평소 수면제를 복용해왔으며 사건 당일엔 수면제를 먹지 않아도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될 수 있다면서 2심 유죄 입증을 자신했다.

그러나 100여 일간 구속됐다가 사회로 석방된 전씨는 보호시설과 식당 등을 전전하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법원은 전씨의 옛 주소로 소송 서류를 보냈지만 받지 않았다. 경찰이 나섰지만 헛수고였다. 전씨의 휴대전화는 결번이었고, 원래 살던 집은 1심 구속 기간 월세가 밀려 싹 치워진 상태였다.

그렇게 1년 넘게 재판을 중단했던 재판부는 결국 9월 말 전씨의 2심을 ‘공시송달’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공시송달이란 서류를 수령하지 않고 주소·거소 불명이거나 재판에 불응할 경우 서류를 관보에 게시해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갈음한 뒤 재판을 진행하는 제도다.

결국 전씨가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만큼 1심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는 예상이 조심스레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만약 새로운 증거와 주장을 내세우면 변호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9명 모두가 무죄라 평결한 것을 뒤집는 것은 2심 재판부로서 부담스러울 거란 관측도 있다. 또 전씨 본인이 자신에 대한 유죄 선고가 난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경우 법원에 다시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키 151㎝ 몸무게 44㎏의 전씨는 계모의 폭언과 체벌에 시달리며 유년기를 보냈다. 초등학교도 중퇴했고 18세 때 홀로 상경해 식당에서 일했다.

손님과 결혼해 아들을 낳았지만 2001년 스스로 가출했다. 경도의 지적 장애를 앓는 그에겐 사실상 가족이 없는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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