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동아리 플래카드 훼손하는 등 다른 대학에서도 갈등 불거져
대학가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놓고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30일 서울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이 학교 기독교수협의회는 이날 오후 교내에서 ‘수요열린예배’를 연다.
문제가 된 것은 예배에 초청된 수동연세요양병원 염안섭 원장이 하기로 한 ‘임상의학적 관점에서 본 동성애’라는 주제의 강연이다.
대학본부 측이 이러한 예배와 강연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홍보하자, 일부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교내 성소수자모임 ‘큐이즈’(QIS·Queer In SNU)는 염 원장이 동성애자나 성소수자를 의학적 근거 없이 비하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인사라며 기독교수협의회에 초청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QIS는 기독교수협의회와 자연과학대학, 대학 본부에 보낸 공문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계속하고 근거 없는 부정적 지식을 확산하는 염 원장 초청을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총학생회도 나섰다. 총학생회는 이달 27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QIS와 행동을 같이하기로 결의했다.
대학원 총학생회도 페이스북에서 “기독교수협의회와 학교 측의 부적절한 처사에 깊은 유감과 규탄의 뜻을 밝힌다”며 “반동성애 운동가인 연사를 교체하고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와 QIS는 염 원장의 강연이 강행된다면 성소수자와 이들의 인권을 지지하고 혐오 조장에 반대하는 이들을 이끌고 예배에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독교수협의회는 문제가 없다며 예배와 강연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기독교수협의회 소속 한 교수는 “우리는 신앙 단체이기 때문에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염 원장도 혐오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아직 어려서 성숙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에서는 이달 22일 QIS가 성소수자 신입생을 환영한다며 학내에 내건 플래카드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강대에서도 이달 초 성소수자 학생들이 내건 현수막을 이 대학 자연과학부 소속 교수가 철거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성소수자를 둘러싼 갈등이 여러 캠퍼스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