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주식 있어?’ 카톡문자는 미공개 정보 아냐”

“‘우리회사 주식 있어?’ 카톡문자는 미공개 정보 아냐”

입력 2016-03-27 10:36
수정 2016-03-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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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긍정·부정 암시 모두 가능하고 구체적이지 않다”…주식매도 직원 징계 취소

한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A씨는 2013년 6월 게임업체 G사 재무실장인 지인에게서 카카오톡으로 난데없는 질문을 받았다.

‘혹시 G사 주식 갖고 있어?’

A씨는 마침 1주일 전 정례회의에서 G사 주식을 전량 처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가 보유한 G사 지분을 매도한 참이었다. A씨가 ‘없다’고 답변하자 지인은 알았다고만 답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A씨는 친한 동료 펀드매니저에게 이 내용을 얘기하고 ‘안좋은 일인 것 같아서 (지인이 물어본 이유는) 안 물어봤다’, ‘아마 실적(발표)일 듯’ 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다른 동료 몇 명이 지난주 회의 이후에도 계속 G사 주식을 갖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동료들에게 처분을 권유했다. 이 말을 들은 동료들은 행동에 나섰다.

한 동료는 세미나 도중 소식을 듣고선 곧바로 가격하한선을 지정하지 않은 채 G사 주식을 팔라고 트레이더에게 지시했다. 다른 동료 2명도 다음날 오전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A씨가 속한 H사가 이틀 동안 팔아치운 주식은 3만1천781주에 달했다.

대량 매도가 끝난 뒤 G사가 유상증자에 나선다는 소문이 돌았다. 증시가 마감되자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G사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97만여 주를 유상증자한다고 공시한 것이다.

G사 주주들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A씨 회사가 운영한 펀드들은 이틀에 걸쳐 주식을 내다판 덕분에 손실을 피했다. 주식을 그대로 보유했다면 8억여원의 손해가 발생할 뻔했다.

금융감독원은 부당행위 가능성이 의심된다며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휴대전화 통화 내역 파악 등 조사를 통해 H사 매니저들이 G사 재무실장에게서 입수한 미공개 정보로 손실을 회피했다고 보고 H사에 해당 직원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A씨와 동료 2명은 정직 3개월, 펀드매니저 1명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게 됐다.

이에 불복해 A씨와 동료들이 낸 소송에서 법원은 금감원의 징계 요구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게임업체 직원에게서 추상적인 언질을 받은 사실만으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진만 수석부장판사)는 A씨 등 4명이 “정직 등을 요구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금감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식을 갖고 있는지 묻는 것은 긍정적 암시로도, 부정적 암시로도 해석될 수 있다”며 “설사 주식을 보유했는지 묻는 것이 부정적 암시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구체적인 미공개 정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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