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뒀던 딸’ 安양 상습 학대…계부도 1∼2차례 폭행

‘숨겨뒀던 딸’ 安양 상습 학대…계부도 1∼2차례 폭행

입력 2016-03-23 09:38
수정 2016-03-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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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친모 노트 5권서 安양 학대 확인…의붓딸 구박 남편 극도로 원망”

친모의 학대 끝에 숨져 암매장된 안모(사망 당시 4세)양 사건과 관련 친모 한모(36·지난 18일 사망)씨의 상습적인 학대가 있었고, 계부인 안모(38)씨도 폭행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그러나 안양은 친모의 학대로 숨졌고, 계부 안씨는 사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날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 안양의 시신을 진천 야산에 묻었다는 계부 안씨의 진술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다.

◇ 安양 집에 온 후 부부갈등 심화…학대로 이어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 청원경찰서 곽재표 수사과장은 23일 “친모 한씨가 남긴 메모 내용을 토대로 추궁한 결과 안씨가 의붓딸을 폭행한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씨가 남긴 노트 6권 분량의 메모는 안양이 숨지기 전인 2011년 6월부터 5∼6개월간의 기록이다.

이 기록에 따르면 한씨가 결혼 전 존재를 숨기고 보육원에 맡겼던 안양이 집에 온 뒤부터 가족 내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짐작된다.

곽 과장은 “집에 온 안양으로 인해 부부싸움이 커졌고, 그때마다 한씨는 남편에 대한 원망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메모에는 ‘애만 없었으면…’이란 글도 있어 아이에게도 원망이 컸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잦은 싸움과 부부갈등이 심화하면서 한씨는 몸에 멍이 들 정도로 안양을 상습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한씨가 남긴 메모에는 자신이 안양을 상습적으로 때렸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계부인 안씨도 의붓딸을 때렸다고 언급했고, 안씨 역시 경찰의 추궁에 1∼2번 정도 폭행했다고 시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구속된 안씨에 대해 사체유기 혐의 외에도 아동학대나 폭행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 安양 사망 원인은 친모의 가혹 행위

경찰은 다만 안양의 사망은 한씨의 가혹행위에 의한 것으로, 사건 당일 안씨의 행적과 알리바이를 조사한 결과, 그는 무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곽 과장은 “안씨의 출근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안양의 사망 시점에 그는 집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안씨의 진술대로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친모의 가혹행위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양의 사망 당시 관련 진술은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도 ‘진실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안양의 사망 원인과 시점은 계부 안씨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1년 12월 중순 사건 당일 오후 9시 퇴근했는데 부인으로부터 ‘아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 머리를 3∼4차례 집어넣었는데 죽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숨진 안양의 시신을 집 베란다에 나흘간 방치했다가 암매장했고, 크리스마스 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안양의 사망 시점으로 2011년 12월 20일 전후로 추정하고 있다.

◇ 계부 “야산에 묻었다” 거짓말?…시신 수습 난항

이 사건의 최대 단서인 안양의 시신 수습 작업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계부 안씨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 안양의 시신을 진천 야산에 암매장한 것이 맞냐는 질문에 거짓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안씨는 줄곧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야산을 암매장 장소로 지목해왔다. 하지만 지난 19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수색 작업에서는 모두 허탕을 쳤다.

곽 과장은 “안씨의 진술에 다소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라며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자기 경험을 생략하는 성향이 있고, 임기응변에 능하다는 소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씨의 자백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며 “다만 거짓 반응이 나온 만큼 진천 야산을 더 수색해야 할지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날은 안양의 시신 수습 작업을 하지 않고 안씨와 그의 주변 수사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경찰은 안양 사망 경위나 시신 암매장과 관련한 안씨의 진술에 적지 않은 모순점이 있다고 판단, 시신 수습 작업을 잠정 중단하고 그의 거짓 진술 여부를 따지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전날 거짓말 탐지기(폴리그래프)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늦어도 내주 초 안씨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다. 자살한 한씨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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