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망 추정 시기 내용 담겨”…유서엔 “하늘에선 잘 할게” 참회

대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학대를 당하다 숨진 안모(당시 4세)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메모를 확보했다. 이 메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자살한 친모 한모(36)씨가 작성한 것이다.

충북 청주 청원경찰서 곽재표 수사과장은 22일 “한씨가 쓴 많은 양의 메모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며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안양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2011년 12월 전후의 내용이 담겨 있다”며 “메모를 보면 살아 온 과정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메모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메모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면 지난 20일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계부 안모(38)씨가 이와 관련된 경찰 조사에서 입을 닫을 수 있는 탓이다. 안씨에게 불리한 내용이 메모에 적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안씨는 계속 암매장만 인정할 뿐 딸 죽음에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딸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자 아내가 욕조에 물을 받아 몇 차례 담갔더니 죽었고, 그때 자신은 회사에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안씨의 1, 2차 진술 가운에 일부가 모순되고 안씨가 지목한 진천의 야산에서 시신이 나오지 않자 거짓말탐지기와 프로파일러를 투입했다. 이들 부부의 휴대전화, 진료카드, 신용카드, 컴퓨터 등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시신을 찾지 못해도 안씨의 자백, 정황 증거 등으로 사체유기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경찰은 안씨가 암매장 때 사용한 삽을 구입한 철물점도 확인했다.

한씨의 유족은 이날 한씨의 시신을 화장했다. 한씨는 유서에서 “하늘에 가서 죽은 딸에게 부모로서 못 한 책임을 다할 테니 막내딸하고 잘 살아 달라”는 말로 숨진 안양에게 용서를 구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